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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순히 이 원고를 읽으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문명Ⅴ>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

2010년 한 해를 흔들었던 게임이 있다. 바로, <문명Ⅴ>이다. <문명Ⅴ>는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관련 유행어가 돌 만큼 많은 이야기를 몰고 다녔다. 2011년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셜네트워크 게임 버전의 <문명 네트워크>가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2011년에도 <문명>의 인기는 이어질 모양!

글 강지웅(게임평론가 iamwoonge@gmail.com, 재능기부자) 사진 프락시스게임즈
출처 빅이슈코리아 7호

홈페이지 www.civilization5.com

“문명하셨습니다.” “순순히 ◯◯◯하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것입니다.” 와 같은 패러디가 온라인에서 폭발적으로 번지면서 화제가 되었던 게임 <문명Ⅴ>는 세계 3대 게임 프로듀서로 꼽히는 시드마이어의 작품이다. 1991년 시리즈의 첫 작품이 출시된 이래로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이 시리즈에서 게이머는 특정 문명의 지배자가 되어 문명을 발전시킨다. 이 게임은무엇보다 플레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 때문일까? 게이머들사이에서는 <풋볼 매니저>나 <심즈> 시리즈와 더불어 공포의 게임으로 불리기도 한다. ‘<문명Ⅴ>를 실행시키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게 된다.’거나, ‘분명 <문명Ⅴ>를 설치하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틀이 지나있었다.’는 등, 여기저기서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렸다는 증언들이 속출했다.

대체 이 게임의 어떤 점이 그렇게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만드는걸까? 크게는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게임 속에서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
다는 점이다. 게이머는 18개의 문명 중 하나를 선택하여 발전시키며 문명의 영향력을 늘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게이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를 그대로 재현할 수도 있고 새로운 방식으로 다른 역사를 쓸 수도 있다. 이런 자유가
‘타임머신’에 비유할 만큼 게임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렇게 놓고 보면 ‘간디의 유혈사태’는 게임의 즐거움으로 읽힌다. 우리에게 간디가 어떤 인물이었던가! 비폭력 무저항의 간디는 말 그대로 평화의 상징이었다. 그런 간디가 옥수수와 다이아몬드를 바꾸자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세우며 따르지 않으면 ‘유혈사태’가 일어날 거라 협박하는 모습은 의외의 상황으로 인해 색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사실, <문명> 시리즈가 국내에서 매우 대중적인 건 아니다. 그 때문에 유행어가 만들어지고 확대재생산되며 인기를 끄는 게 게임의 높은 인기를 나타내는것이라 보기는 힘들다. 게임에서 사용된 표현들이 온라인에서 언어유희의 재
료로 사용된 것이라 보는 편이 적절하다. 내용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트위터나 미투데이 같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내용의 변조가 가능한 디지털의 속성이 결합해 <문명Ⅴ>의 유행어 같은 즐거움을 만들어낸 것이다.
게임을 기다리던 이들에게 “문명하셨습니다.”란 표현은 게임에 대한 기대를뜻하기도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재미있는 게임이라 일상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일종의 ‘엄살’인 것. 그만큼 재미를 지니고 있다는 이런 표현이 혹
시나 게임이 일상을 방해한다는 ‘오해’를 만들지는 않을까 우려도 된다.

<문명Ⅴ>는 불법복제와 비공식 한글 번역이라는 이야깃거리도 품고 있다. 해외 게임회사들에게 한국은 그다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게임을 출시해도 큰 수익을 바라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불법복제. 때문에 출
시 자체를 꺼리거나 한글 번역을 아예 하지 않기도 한다. 가끔 유저들이 스스로 게임의 한글 번역을 하기도 하는데 이건 게임에 그만큼 열성적인 팬이 많음을 뜻하는 동시에 게임의 코드를 변경했다는 점에서 저작권 문제에 걸린다.
<문명Ⅴ>에서 가장 아쉬운 건 단순히 문명을 발전시키고 지배력을 넓히는 게목표였다는 점이다. 다른 현실을 상상하고 그 상상을 구현해 경험할 수 있게하는 게임에서 다른 방식으로 문명을 경험해 볼 수 있다면 어땠을까? 앞으로
게임에 대한 ‘오해’가 줄고 더 많은 ‘엄살’이 늘어나면 새로운 재미에 대한 요구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게임 음악이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다!
2011년 2월에 열리는 제53회 그래미상 후보로 2005년에 발매된 <문명Ⅳ>에 삽입된 <바바예투>가 올랐다. 게임 음악이 후보에 오른 건 최초. <바바예투>는 성서의 ‘주기도문’을 스와힐리어(아프리카 동남부 지역에서 쓰는 언어)로 부른 곡이다. 작곡가 크리스토퍼 틴이 2009년에 발매한 앨범에 수록되어 이번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게 되었다.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