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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의 가격_글 서진

소설 창작 의뢰소/여러분의 이야기로 소설을 써드립니다 2013. 9. 1. 09:00

[ 67 호는 김근우 님께서 주인공은 ‘나’, ‘파라다이스’의 내용으로 글을 의뢰하셨습니다.(김근우 님은 한국동물보호협회에 기부하셨습니다) ]


파라다이스의 가격

글 서진(재능기부)


자, 슬슬 쇼핑몰을 뒤져볼까? 마우스를 잡은 손에 땀이 살짝 난다.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으면서 이것저것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올여름 최고의 피서다. 엄마는 노처녀가 남자 친구가 없어서 휴가도 제대로 못 간다고 혀를 차겠지만 뭐 어때? 집에서 시원하게 보내는 게 최고의 피서다. 요즘 자주 방문하는 곳은 재활용 택배라는 쇼핑몰인데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보내면 그것을 중개해서 책임을 지고 팔아주는 곳이다. 한 번도 구매해본 적은 없다. 올라오는 물건이 재밌어서 아이쇼핑만 하는데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오늘은 어떤 물건이 올라 왔나보자. 겨울에 신으면 무척 따뜻할 것 같은 긴 털양말은 2천 원인데 한 짝밖에 없다. 한쪽 테가 부러진 마이너스 시력의 안경은 1만 3천 원, 여전히 동작 가능하지만 서비스가 가능한지 의문스러운 삐삐가 단돈 4천 원이다. 누가 고등학교 졸업 앨범을 9천 원에 내놓은 거야?

‘파라다이스 2호 4천 500원’

이건 뭐지? 클릭. 사진엔 파란 알약 한 알뿐이다. ‘잠들기 전에 복용할 것’이라는 설명밖에 없다. 관련 상품을 보니 파라다이스 1호도 있다. 그건 3천 500원이고 빨간 알약이다. 매진이고 설명은 없다. 구매 후기엔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렴한 가격에 파라다이스에 갈 수 있었어요! by 부천마미’라고 적혀 있다. 속는 샘 치고 파라다이스 2호의 구매 버튼을 눌렀다. 4천 500원이면 1호보다 천 원 비싸지만 영화 값보다는 싸다.

주문한 걸 깜빡 잊은 채로 나흘이 흘렀다. 왕언니가 제주도로 휴가를 가버려서 끙끙대며 일을 처리하고 있을 때 회사로 택배가 왔다. 책 한 권 정도가 들어갈 상자에 발포 비닐이 둘둘 말려 있고 그 안에 파란 알약이 딱 한 알 들어가 있었다. 퇴근 후에 곧장 집으로 왔다. 친구들이랑 만나 술을 마시면서 신세 한탄을 하는 것도 지겹다. 엄마는 해가 서쪽에서 뜨겠단다. 맥주를 한잔 마시고 취기가 올라 잠이 올 때쯤 파라다이스 2호를 꿀꺽 삼켰다. 혹시 환각제 같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상한 게 보여야 하지 않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기다 사기. 수면제 성분이 들어갔는지 잠만 더 올 뿐이었다.


눈을 떠보니 나는 와이키키 해변에 누워 있다. 태양은 쨍, 하고 맑고 저 앞에서 서핑을 하는 근육질의 남자들이 보인다. 과감한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이 휙휙 지나간다. 아, 저기는 다이아몬드 헤드다! 얼마 전에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본 적이 있어서 확실하다. 여기는 하와이야, 하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래가 후두둑 떨어진다. 머리가 어지럽다.

“괜찮나요? 어디 아픈 건 아닌지?”

어머. 셔츠를 입지 않은 왕 자 복근의 남자가 나를 부축한다. 피부도 초콜릿, 복근도 초콜릿. 미국 사람 같은데 한국말을 참 잘하네.

“네… 좀… 어지러워서.” 나도 한국말을 했는데 이 남자도 잘 알아듣는 것 같다.

“숙소가 어디시죠?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어… 그런데 숙소가 어디더라?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일까? 아, 이건 현실이 아니구나. 파라다이스 2호의 효과구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배가 고프시구나. 잘 됐네요. 저도 햄버거를 먹으러 가는 길이었는데. 같이 가시죠?”

나는 어정쩡하게 초콜릿 남자를 따라갔다. 우리가 들른 곳은 몬스터 버거라는 괴물 같은 큰 햄버거를 파는 곳이다. 가장 작은 몬스터 버거를 시켰는데도 반을 해치우고 나니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초콜릿 남자는 대형 몬스터 버거를 해치우고 있다. 눈을 마주칠 때마다 하얀 이가 드러나도록 웃는다.

창밖을 바라본다. 눈부신 햇빛이 거리에 마구 쏟아지고 있다. 배가 잔뜩 나온 아저씨들, 걷기조차 힘든 할머니와 할아버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보인다. 다들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의 표정이다. 파라다이스에 와서 즐거워 죽겠다는 저 표정. 나는 얼떨결에 이곳에 와버렸지만 그들의 표정 때문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얼마짜리를 사셨어요?”

“네?”

“에이, 다 알면서. 파라다이스 드셨잖아요? 보아 하니 돈이 별로 없었나 봐요. 후훗.”

그는 아래위로 나를 훑어본다.

“어떻게 아세요?”

“하하. 척 보면 알지요. 저는 최신 13호를 먹었답니다. 좀 비싸긴 해도 몸매도 멋지고 나이도 젊어지니까 먹을 만하네요. 2호나 3호를 드셨죠? 처음엔 다 그렇게 시작해요. 점점 더 강한 걸 찾게 되면서 돈이 좀 들긴 하지만 괜찮아요. 파라다이스에 오는 건 당연히 비싸야 하니까. 아무나 오면 파라다이스가 아니지.”

“그럼 그쪽 실제 나이는 어느 정도…?”

“에이, 여기에서 그런 걸 묻는 건 실례지. 다 알면 재미없잖아.”

남자는 윙크를 한다. 속이 느끼해져 버렸다. 슬그머니 반말을 툭툭 날리는 것을 보니 이 남자는 오십 대의 배불뚝이 아저씨일지도 모른다.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봤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 약간 튀어나온 이마, 교정이 필요한 턱, 빈약한 가슴…. 실제의 내가 분명하다. 입고 있는 원피스는 휴가 때 입을 생각으로 산 거다. 끈이 달린 꽃무늬 원피스인데 딱 한 번 엄마 앞에

서 입었다가 비웃음을 샀다. 손가방 안을 뒤져보니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천 원짜리 몇 장이 들

어 있다.

자리로 돌아오니 초콜릿 남자가 내 팔목을 꽉 잡는다.

“이제 슬슬 호텔로 가볼까요? 이 동네에서 제일 비싼 모아나호텔을 예약해놨으니까 같이 가요.”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잘못 봤어요. 햄버거는 잘 먹었어요.”

나는 팔을 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 원짜리 몇 장을 탁자에 두고서. 남자는 피식 웃는다.

“왜 이리 빼는 거야? 약에 취한 여자가 당신 한 명만 있는 것도 아닌데 비싸게 구네.”

젠장. 술자리에서 내 엉덩이를 슬쩍 만지던 김 부장의 말투하고 비슷하다.

다시 손을 잡는 남자를 뿌리치고 거리를 터벅터벅 걸었다. 호텔과 기념품 가게, 명품 가게가 즐

비하다. 바닷가인지 쇼핑몰인지 헷갈릴 정도다. 엄마와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는 해외여

행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아빠가 3년 전에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여행 자체를 꺼리신다. 부

부 동반 계모임에도 더 이상 나가시지 않는다. 다리가 아파오고 하품이 났다. 근처에 있는 호텔

로비에 들어가 폭신한 소파에 앉았다. 우쿨렐레 반주에 알아들을 수 없는 하와이안 노래가 들려

왔다. 발을 까딱까딱 하다 보니 스르르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일곱 시 이십 분, 내 방 침대다. 후다닥 샤워를 하고 옷을 입은 뒤 출근을 했다. 여전히

지하철은 만원이고 사람들은 죄다 휴대전화를 보고 있으며 회사 사람들은 눈이 벌겋게 된 채로

굿모닝 인사를 날렸다. 휴우, 지옥이다 지옥이야. 자리에 앉자마자 재활용 쇼핑몰에 접속했다.

파라다이스를 검색해본다. 1호는 매진, 2호도 매진이다. 신상품 3호가 올라왔다. 가격은 38만 5

천 원. 어… 이건 너무 비싸잖아? 하지만 이 약을 먹으면 가슴 큰 팔등신 여자로 변신할지도 모른

다. 초특급 호텔에서 지내다 칵테일 라운지에서 술을 먹고 있으면 멋진 남자가 말을 걸겠지…라

고 생각하다가 창을 닫았다. 이런 식으로 파라다이스에 중독되는 거구나.

대신, 여행 할인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김 부장이 나를 흘끔거렸지만 업무를 보는 척하면서 상

품을 뒤졌다. 제주도 2박 3일 렌터카와 호텔팩 땡처리 상품이 나왔다. 성인 두 명의 항공권까지

포함된 초특가 상품! 파라다이스 3호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괜찮다. 휴가철도 끝나버린 한가한

제주도를 엄마와 단둘이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자, 이제 일을 해야 할 시간이다.



서진

소설가. 광안리 바닷가 앞에 살지만 휴가는 다른 바다로 가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3nightson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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