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Passion' 사진가다, 고(故) 보리
글 최동석 사진 스튜디오 보리
롤랑 바트르는 자신의 저서 <카메라 루시다>에서 사진의 본질을 죽음이라고 정의했다. 사진에 찍힌 그 순간은 분명 그때 ‘거기’에 있었으나 지금 ‘여기’엔 없다. 그녀도 지금 ‘여기’에 없다. 그러나 지금, 멈춰버린 그녀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어떤 이에게는 <무한도전>에 출연한 유명 포토그래퍼였고, 《빅이슈》 독자들에겐 최초로 국내 연예인 재능기부를 성사시킨 재능기부자였으며, 또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족이었을 그녀가 떠난 지 1년이 됐다. 너무 갑작스러웠기에 자신의 개인 사진전 한 번 제대로 열지 못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의 노력으로 오는 4월 3일부터 8일까지, 그녀가 생전에 남긴 대표적인 패션 사진들과 개인 작업들이 공개되는 <LIGHT AND SHADOW>전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그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겐 잠시나마 그녀의 열정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무한도전>은 왜 특별한가
글 권경우(재능기부) 사진 스튜디오 보리 사진제공 MBC
<무한도전>,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인가? 그렇다고 답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여전히 '무도빠'들의 지지를 받으며 10주년 특집을 준비하는 보기 드문 예능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어디로 움직이고, 이번에는 무엇에 도전할지 모든 이의 이목이 쏠리던 시기는 지났지만, 그래서 직므의 <무한도전>은 더욱 값진 도전들을 준비한다. 2010년 <무한도전>에 출연해 ' 달력모델 특집'에 참여했던 포토그래퍼 고(故) 보리의 작품과 함께 <무한도전>의 역사를 돌이켜봤다.
━ 무모한 도전의 출발
현재의 <무한도전>은 2005년 4월 23일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인 <무모한 도전>으로 출발했다. 조만간 10년 특집과 400회 특집을 맞이하는 <무한도전>은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한국 대중문화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은 <1박 2일>과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에 이르는 일련의 후속 프로그램들의 원조가 되었다. 특히 촬영과 방송의 사이에서 보조 역할에 머물러 있던 편집 과정이 새롭게 부각됨으로써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 꼬리를 물고 발생하는 사건, 사건
그래서 <무한도전>을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처음에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출발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무한도전>은 장르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실험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무한도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자주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포맷이 없다거나 무조건 저지르고 본다는 식의 표현은 <무한도전>이 어떤 방식과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지 잘 보여주는 것들이다. <무한도전>은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각축을 벌이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아이디어가 프로그램으로 실현되는 과정 그 자체이다. 시청자들의 아이디어가 프로그램으로 제작되기도 하고, 멤버들이 불쑥 내뱉었던 말들이 갑자기 현실화된다. 이처럼 <무한도전>에서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모든 과정을 보노라면 ‘사건’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효과를 유발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어떤 사건이든지 처음부터 그 일이 크고 중요해서 ‘사건’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 ‘사건’이 되는 것은 특정한 맥락에 위치할 때 가능하다. 결국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것이 어떤 맥락에 위치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무한도전>이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와 같이 <무한도전>에서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실험정신이다. 실험정신의 중요한 요소는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저지르고 본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이 상대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감동이나 감정이입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시청자는 물론이고 때론 출연 멤버들조차도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최근에는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조차도 하지 않는다. 그저 녹화 그 자체에 충실할 따름이다. 여기서 논리적인 사고와 판단은 일단 중지된다. 시청자들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예측할 수 있는 기획을 기대하지만, <무한도전>은 그러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린다. 출연 멤버들에게 요구하는 자세를 시청자들에게도 똑같이 요구하는 셈이다. 오락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하나의 목표를 전달하기 위해 구성되어야 함에도 <무한도전>은 그러한 목표를 좀처럼 설정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자명하다고 믿는 것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심할 수 있다면, 보편적 정서를 통해 끊임없이 현실과 화해하는 일상의 반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는 진보를 꿈꿀 수 있다면, <무한도전>의 무모하고 실험적인 도전은 충분히 목표 달성을 이룬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무한도전>은 여전히 실험과 도전을 전개하는 중이며, 그것은 내용과 표현의 층위에서 동시에 발생할 뿐만 아니라 정치와 일상의 구분 자체도 무너뜨리는 복합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 이 글은 <웃기는 레볼루션: 무한도전에 대한 몇 가지 진지한 이야기들>(권경우 외 지음, 텍스트, 2012)에 실렸던 '정치적 무의식을 생산한다는 것-《무한도전》이 특별한 이유'를 발췌 일부 수정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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