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의 사랑, 1막이 끝났다
글 이영민 사진 이지아(재능기부)
스타일리스트 박주현(재능기부, AFOND 디자이너), 최우승(재능기부, AFOND 모델리스트), 이병철(재능기부, ELVINO 디자이너)
헤어 완표(재능기부) 메이크업 최승희(재능기부, 이상 Toni & Guy 청담본점) 일러스트 soreng2(재능기부)
이규혁은 1997년 1000미터와 2001년 1500미터에서 세계기록을 세웠다. 한국인이 이 종목에서 세계기록을 세운 것은 그가 처음.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4회 우승(2007, 2008, 2010, 2011년), 세계종목별선수권·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중학교 3학년이던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부터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6회 연속 올림픽 출전 기록도 그의 몫이었다. 하지만 유독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에게 ‘레전드(legend, 전설)’라는 박수와 ‘메달도 없이 후배의 앞길만 가로막았다’는 악플이 교차되는 이유다. 32년을 스케이트를 탔다는 그에게 물었다.
‘경험을 위해 후배에게 양보했어야 한다’는 말도 있었어요
누구한테 양보하네 마네 하는 종목이 아니잖아요. 운동선수로서도 잘못된 생각이고. 만약 지금 같은 상황이었어도 저는 똑같이 할 거 같아요. 후배들이 국내선발전에서 나이 많은 저도 못 이기는데 외국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쌓겠어요.
어렸을 때는 투정도 많이 부렸겠네요
다른 학원은 도망도 다녔는데, 스케이트는 달랐어요. 부모님이 선수 출신이시고, 어머니는 계속 스케이트 관련 일을 하셨거든요. 그래서 무의식에 ‘나는 스케이트 선수로 살아야겠다’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단 한 번도 스케이트 선수말고 다른 걸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은퇴한 지금도 다른 건 생각 안 하나요
네, 안 해요. 제가 할 수 있고 잘하는 게 스케이트니까요. 은퇴를 했더라도 스케이트 안에서 다른 걸 하겠죠. 음식점을 차린다거나 연예인을 꿈꾼다거나 하는 건 제게 안 어울려요.
이규혁 인생이 1000미터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라면 얼마나 온 거 같나요
(웃음) 어렵네. 1000미터 결승점은 일단 지난 것 같아요. 질문 속 비유에는 안 맞지만, 경기라는 게 그렇더라고요. 시합 후에 중요한 일들도 정말 많거든요. 경기 후에 마음을 추스르고 기뻐할 건 기뻐하고, 그래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마치 올림픽 도전을 끝내고 앞으로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지금 이 순간과 비슷한 거 같아요.
인터뷰 끝내려고 하던 참에, 이규혁(36세)은 “그냥 계속 하고 싶었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수십 번 받았을 “오랜 세월 부침(浮沈)을 견뎌낸 비결이 뭐냐”는 물음에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의 답이었다.
촬영장에 온 그는 어려운 질문에는 긴장했고, 사진 촬영에는 부끄러워했다. 쉬는 시간, 촬영장에 들른 한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별것 아니다”라고 말했고, 잠시 지인이 응원을 왔나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성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 얼마 전 열린 에세이 출판 기념회 겸 은퇴식에서 이규혁이 암 투병 중인 쇼트트랙 선수 노진규(노선영의 동생)를 위해 치료비를 모금했고, 이날 마침 인근을 지나다가 들른 노선영에게 후원금을 건넨 것이라 했다.
"전 결국 실패했잖아요. 올림픽 메달은 없어요. 저한테 뭔가 특별한 게 있었고 그걸 의지했다면 여기까지 못 왔겠죠. 그냥 계속 하고 싶었고, 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결과만 보고 오는 과정에서 좋은 일들도 많이 생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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