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태환 사진 김상준 (재능기부)
홈리스월드컵(Homeless Worldcup)이 이제 웬만한 《빅이슈》 독자에게는 다 알려졌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2011년 프랑스 파리 홈리스월드컵에 출전했던 한국 국가대표 선수였다. 2013년 폴란드 포즈난 홈리스월드컵 대회 때부터보조 코치가 되어 선수단을 함께 이끌었고,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원받은 ‘홈리스 건강축구 보급사업’ 프로젝트의 보조 코치다. 보조, 어딘가 비전문적이고 부족한 느낌이다. 그렇다. 축구를 체계적으로 배워본 적도, 그렇다고 학창 시절 축구부 출신도 아니다. 그저 군대에서 공 좀 차본 게 전부다.
‘홈리스 건강축구 보급사업’에는 나 말고도 두 명의 코치가 더 있다. 두 코치는 지난해 2013년 폴란드 포즈난 홈리스월드컵 때 선수로 참가했었다. 나처럼 선수에서 코치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은 것이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음주가무로 방탕하게 보내고, 알코올중독 등으로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해‘나 같은 놈은 쓸모가 없어’라며 길바닥에서 행인들의 눈길마저 도망치듯 피하던 내가, 이렇게 회복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이 동원되었던가! 그 가운데 만난 축구와 홈리스월드컵,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아름다운 인연과 일.
버려진 신문지도 눈치 보며 주어다 깔고 눕곤 했던 그 영등포공원을 축구 연습을 위해 다시 찾았던 날의 감회는 잊을 수가 없다. 비슷한 처지에서 같이 운동장에 모여 땀 흘리는 동료들을 만나고, 우리를 지도하던 조 코치(조현성 《빅이슈》 판매국장 겸 홈리스월드컵 코치)를 만나고, 《빅이슈》를 만나고, 천사 같은 코디네이터들과 빅이슈 판매원아저씨들, 그리고 《빅이슈》 사무실이 있는 영등포 청과물시장······.
그렇게 오롯이 받기만 하던 내가 보조 코치라는 명함을 받아들고, 직접 여러 노숙인 복지시설을 방문해 직원들과 시설 이용자들에게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렇게 참여하게 된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 운동장에 모여 리프팅이나 인사이드 패스 등 축구의 기본기부터 배운다.
위상의 변화 같은 것을 자랑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 지면을 통해 도와주신 분들께 작은 뿌듯함은 드리고 싶다. 잘 사는 것이, 건강한 모습이 곧 보답 아니겠는가!
나와 두 코치는 운동, 특히 축구가 우리의 회복에 얼마나 큰 동기 부여가 되는지, 또한 홈리스월드컵 대회 참가라는 일생 단 한 번의 기회가 각자의 내면에 얼마나 큰 가능성과 자신감을 심어주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몸소 크게 느낀 내가 이제 많은 분들과 함께하기를 원하고, 이것이 전국의 홈리스들에게 전파돼 많은 분들이 자극받고 다시금 일어나서기를 바란다.
나뿐만 아니라 두 명의 코치들도 늘 얘기한다. “이 일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가 용기를 얻고, 나도 한번 해보자! 이런 생각을 가지기만 해도 만족한다고. 그걸 바라고, 그렇게 시작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렇다. 연습을 위해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 앞에 설 때마다 정말 작지만 이 작은 수고가 그들에게 큰 밑거름이 되기를 원한다. 또 비록 보조이지만 온전한 마음으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내가 회복되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것처럼 그들의 회복과 재기에 진정 도움이 되고 싶다. “우리 이미 도움을 드리고 있는 것,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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