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로 된 무지개 _ 메릴 스트립
2년 전 봄날이었다.
배우 안성기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물었다. 답은 1주일 정도 지나서 왔다.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디어 헌터>”라며 “전공(베트남어)을 살려 그곳에서 미래를 개척하려던 그의 꿈이 베트남전으로 좌절된 무렵 본 영화”라고 했다.그 말미엔 이렇게 덧붙였다. “여배우 메릴 스트립이 너무나 감정 표현을 잘 하더라고.”
글 이영민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디테일의 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를 촬영할 때의 일화다. 시나리오를 받은 메릴 스트립은 로버트 벤튼 감독과 더스틴 호프만을 만난 자리에서 ‘당돌한 의문’을 제기했다. “결혼 생활이 붕괴되고 아이 양육권을 빼앗기게 된 여성이라 보기엔 너무나 사악하게 그려진 것 아닌가요?” 더스틴 호프만에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젊은 배우가 버릇없이.’ 하지만 시나리오는 수정됐다. 갈등 속에서 시작된 영화가 완성되자, 더스틴 호프만이 말했다. “메릴 스트립은 정말 강박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한다. 아마도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 외엔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메소드가 아닌 또 다른 사실주의
<철의 여인>에서 마거릿 대처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은 어떠한가? 그녀 역시 대처 특유의 목소리와 억양, 타인의 말에 반응하는 표정, 다리를 꼬는 모양 등을 섬세하게 되살려냈다. 하지만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권력에서 물러난 초라한 대처의 고독함이었다. 우유 하나를 고르며 덜덜 떠는 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주방을 가로지를 때 살짝 몸을 틀어 의자에 기대는 모습 등. 정적(政敵)과 싸우는 대처가 아닌 노환(老患)과 싸우는 고독한 노인에 대한 그녀의 해석일 것이다.
* 전문은 《빅이슈》 99호(1월 1일자 발행) COVER STORY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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