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선미(빅판 코디네이터) 사진 염지환 동영상 김한라(재능기부)
출처 빅이슈코리아 22호 

나누고 싶은 게 많은 사람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지난 2월, 차일용 빅판은 처음으로《빅이슈》를 만났다. 공덕역 근처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판을 유심히 지켜보던 그는 얼마 후 빅이슈코리아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빅판이 됐다. 원래 벽돌 쌓는 기술자였던 차일용 빅판은 사고로 허리를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가 당시 72세였는데 그땐 어머니보다 더 못 걸었어요. 민간요법으로 지네가루다 뭐다 온갖 약도 먹고, 침도 많이 맞고 고생을 많이 했죠.”

아픈 몸으로 방황하던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누구도 아닌 《빅이슈》였다. 빅판 일은 그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안겨줬다.

현재 차일용 빅판의 판매지는 동덕여대 오거리이다. 한 명 한 명 독자의 얼굴을 기억하려 노력하고, 한동안 보이지 않는 학생이 있으면 걱정이 되기도 한다. 여름방학 동안 학생들을 만나지 못한 게 많이 섭섭했던 모양인지 차일용 빅판은 개강한 학생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깜짝 이벤트를 해볼까? 생각하다가 산타 곰 인형 액세서리 백 개를 들고 왔어요. 학생들이 아저씨 고맙다고 정말 좋아하는 거예요. 액세서리를 핸드폰에 달고 내려가는 거 보니까 나도 좋더라고요.”

《빅이슈》와 함께 선물을 받아 든 독자들의 웃는 모습에 그도 함께 웃는다. 다음 깜짝 선물로는 복주머니 백 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살짝 귀띔한다. 판매지를 방문한 코디네이터에게도 따끈한 김치왕만두를 건네는 차일용 빅판은 나눠주고 싶은 게 많은 마음이 큰 사람이다.

“판매한 지 얼마 안돼서 ‘아저씨 너무 추워 보여요.’ 라며 독자 한 분이 캔 커피 하나를 건네주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라고요. 내가 정말 처량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캔 커피가 제 마음을 녹이더라고요.”

오고가는 학생들이 ‘안녕하세요’ 라며 건네는 인사에 그는 사람 사는 정을 느낀다. 독자들이 그를 알아보고 웃음 지을 때가 가장 행복하단다.

차일용 빅판은 빅이슈코리아 사무실을 여는 아침 7시, 사무실에 들려 잡지를 구입하고 동덕여대 오거리로 향한다. 하루 7시간씩《빅이슈》를 판매하는 그 시간은 그가 독자와 한 굳은 약속이다.

“한 학생이 ‘내일 나오세요? 몇 시까지 있으세요?’ 묻길래 6시까지 있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그날 몸이 고단해 한 시간 일찍 들어갔어요. 그런데 다음날 그 학생이 오더니 ‘아저씨 왜 판매시간 안 지켰어요?’라고 딱 그러는 거예요. 아주 혼났어요. 그 학생한테 시간의 중요성을 배웠어요. 그러고 나서는 그런 일이 없어요. 오히려 더하면 더 했죠. 하하”

차일용 빅판의 꿈은《빅이슈》판매를 열심히 해서 노후대책으로 시골에 가서 가축을 키우는 것이다. 토끼 70마리까지 키워봤다는 차일용 빅판은 나중에 그가 시골집을 마련했을 때 닭 한 마리를 잡아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짐승을 키우면 너무 외롭지도 않고 활기도 있고 시간도 잘 갈 것 같아요. 개도 키우고 닭도 키우고 염소도 키우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월곡역3번출구 동덕여대 앞 차일용빅판 from BigIssueKorea on Vim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