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미술가
전진경예술이
행동해야 하는 곳으로
나를 보낸다
현장미술가 전진경은 파견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가장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음에도 대추리, 기륭전자, 용산, 한진중공업 그리고 강정마을까지 자신을
파견하는 미술가이다. 이번호에서는 12월에 일본군 성노예제(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기획전에 참여하는 그녀를 만났다.
글 김지연(재능기부, 학고재갤러리 기획실장) 작품 전진경
도두리 공동작업 벽화
강정마을의 얼굴 모양 바위를 떠서 만든 큰 인형
대추리에서의 생활은? 현장이라는 데 들어가서 살아보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지내본 것은 대추리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여기서 뭘 해야 하는지를 우왕좌왕하는 과정에서 내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던 거 같아요. 그날그날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기록하고 사람들을 그렸어요. 도두리 마을에서는 벽화를 그렸어요. 동네 아이들과 지킴이들과 같이 한 건데 도두리랑 대추리는 상황이 좀 달라서 대추리는 관심이 집중되는 반면 도두리는 소외되었어요. 더 가난한 동네였어요. 버틸 힘이 없었죠. 그래서 더 빨리 사라져갔는데 그런 도두리가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마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동네의 모습을 그렸어요.
용산참사 일 년 만에 치른 장례식의 영정 사진
현장에서 활동한다는 것? 현장을 다니는 것이 다른 작가들의 작업과 아주 다르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해요. 누구나 다 현장에 자기 방식으로 밀착 된 것 같아요. 저는 요새 현장에 아주 단순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고, 가서 인연을 맺고 이유가 생기면 거기에 충실하려고 해요. 현장미술, 사회와 미술의 관계들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이제 그만하기로 했어요. 옛날에는 저런 건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경계 긋기를 계속하고 살았던 것 같은데 그러다가 왜 내가 자꾸 경계를 긋고 조그만 데 발 딛고 살려고 하나 싶었죠.
프리 티베트 영화제 포스터로 사용된 그림
저는 욕망이라는 단어에 예민한 편이에요. 이 단어로 생각을 많이 해왔어요. 나의 욕망은 있는데 욕망이 계속 자기를 괴롭히죠. 욕망은 싸우고 협상하고 사색해야 하는 중요한 단어죠. 작년, 재작년 저는 욕망을 버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보자고 생각을 했어요. 그것 때문에 괴롭고 그로 인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체감하니까 그것을 줄여가다 보면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죠. 저는 만족감, 행복감,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작업하는 것 같고, 그 답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데 여기서 나를 가장 방해하는 요소가 욕망 같았어요. 그런데 완전히 사라질 수 없는 것이고요. 조금씩 줄여가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제가 멍해져 있더라고요. 요새는 좀 바뀌었어요. 욕망을 너무 누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그림을 그린다는 과정을 통해서 그리는 행위 이전에 그리기 위해 애쓴 여러 감정 상태를 겪으면서 어쩔 수 없이 철학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작가는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죠.
그래서 매력 있는 직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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