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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빅판] "나도 이제 평범한 시민"

빅이슈판매원/우리 동네 빅판 이야기 2012. 3. 19. 18:17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서 살아왔어요

초등학교 삼 학년쯤 시설에서 도망쳐 나왔어요. 그때부터 학교도 못 다녔죠. 도망 나올 때가 겨울이었는데 논두렁에 쌓여 있던 짚단을 파고들어가 그 속에서 지냈어요. 눈이 엄청나게 와도 짚단 속은 안방보다 따뜻했어요. 얼마 못 가 논 주인에게 발각됐고, 열여섯 살까지 그 집 식모살이를 하면서 살았어요. 소나 염소에게 여물을 만들어 먹이고 지푸라기 방석을 만들거나 하면서 지냈지요. 마을에 대학교에 다니는 형이 있었는데 방학 때 집에 내려오면 저에게 공부를 가르쳐줬어요. 기역, 니은부터 산수 문제도 가르쳐주고 국어 책도 읽게 해줬어요. 스무 살이 넘어 다시 그 집을 찾아가봤는데 동네 전체가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그 집 위로 고속도로가 놓이고 마을이 완전히 없어졌더라고요. 그 주인을 찾아보려고 동사무소에 가봤지만 돌아가셨다고. 

서울에는 열여덟 살에 올라왔어요

서울에는 일자리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아 편히 생활할 수 있고, 식모살이를 해도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고물 줍는 일을 하다가 가방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유치원 가방을 만들었어요. 재봉사가 이름표 넣는 부분을 재봉해놓으면 그걸 뒤집어서 실밥 따는 일을 했어요. 이 년 정도 하다가 그만두게 됐고요. 거리 생활은 스무 살 때부터 했어요. 일을 하고 싶어 직업소개소도 가보고 했지만 저를 매번 엉뚱한 데로 팔아먹으려고 하더라고요. 바닷가나 이런 데로 보내고. 그 후로 관악구 신림동에서만 20년 넘게 노숙을 했어요. 그때 저를 도와주신 분들은 같이 노숙 하셨던 분들이에요. 저를 오늘날까지 살아 있고 버티게 해준 분들이죠. 그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저도 죽고 없었을 거예요. 신림동에서는 밥을 주는 데가 없었어요. 그래서 늘 배가 고팠죠. 함께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다가 남들이 먹다 남긴 것들을 모아서 먹거나 병원 장례식장에 가서 얻어먹었어요. 그러면 배가 안 고프니까. 빈 병을 주워 한 병에 20원씩 팔아서 라면 같은 것을 사 먹기도 했죠. 구걸도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구걸이 잘 안 됐어요. 다른 사람들은 잘 해오는데. 그래서 껌을 팔았었는데 껌 장사는 잘 됐어요. 그러다 아파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왔는데 나와보니 같이 거리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 다 죽고 없더라고요. 거리에서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홈리스들도 봤어요. 그런 일부 사람들  때문에 시민들이 홈리스들을 무서워하고 피하는 거겠죠. 그런 사람들은 홈리스들도 피해 다녀요. 알고 보면 거리에 떠돌아다니는 많은 사람들은 버림받고, 가장 비참한 입장인데도 남한테 만큼은 잘해줘요. 그 사람들은 마음이 순수해요. 악한 마음도 없고. 남을 때리거나 죄를 범하지도 못하고. 

《빅이슈》 판매를 하면서 제 삶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길거리를 떠돌면서 노숙 생활을 했던 사람이 이제는 지나가는 시민들과 어울리는 평범한 시민이 된 것이죠. 제 자신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게 변했다고 생각해요. 전 주민등록도 없고 주소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어요. 《빅이슈》를 팔면서 주민등록증을 만들게 되고, 호적등본까지 만드니 아주 신기했어요. 얼마 전에는 임대주택 에 입주했어요. 방이 두 칸에다가 거실까지 있어요. 그렇게 비참했던 생활이었는데 완전 180도, 확 바뀌어버렸죠. 자기 집에서 잔다는 것은 정말이지 천국 같아요. 자기 집만큼 편한 곳이 없잖아요. 고시원에서 생활할 때는 냉장고가 남의 거라서 문만 여는 것도 불안했는데, 며칠 전에는 중고지만 냉장고도 구매하고 정말 기뻤어요. 밥그릇 같은 것도 새 것으로 사다놓고. 그런데 김치 값이 너무 비싸서 김치 사 먹기가 겁나더라고요. 반찬값이 걱정이에요.
 

숭실대학교 앞에서 《빅이슈》를 판매한 지는 일 년이 됐어요

한자리에서 꾸준히 하니까 이제는 손님들도 판매하는 시간대에 맞춰서 찾아오세요. 처음 판매할 때는 주변에 협조를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역장님과 역무실에서 잘 배려해줘서 지금은 쫓아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장사 안 할까봐 걱정해주세요. 제가 평생 만나볼 수 없었을지도 모를 ‘교수님’은 이제 단골이 되셨어요. 매호마다 잡지를 구매해주시고, 지나갈 때마다 인사를 나눠요. 판매지 근처에 빅숍(빅이슈 판매원을 응원해주는 가게)이 생긴 이후로는 거기서 편하게 커피도 한잔 하고, 지루함도 달랠 겸 매일 30분 이상씩 책을 읽어요.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어요. 글을 쓸 수 있는 능력도 생기는 것 같고, 언어를 바르게 사용하는 법도 배우고요. 무엇보다 정직한 대화를 나누는 길이 생겨요. 장사하면서 일 년 동안 버스 타고 다녔잖아요. 저는 버스를 타고 다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벌써 자립에 성공한 거라고 봐요. 버스는 공짜로는 안 태워주잖아요. 그런데 이제 집까지 얻었다니. 꿈처럼 느껴져요. 이제 술도 끊어야겠다 싶어요. 오랜 노숙 생활로 몸에 박혀 있던 것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있으니까 이제 술도 끊을 날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리 안병훈
사진 이승훈(재능기부)
출처 빅이슈코리아 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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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빅이슈 신은경
TAG 32호, 빅이슈, 빅판, 숭실대, 우리동네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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