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딸랑, 늦은 밤, 식당 현관의 종이 울렸습니다. 행복 식당의 첫 손님입니다. 누구실까요?
“잠시 내려왔습니다. 어두운 밤거리를 환하게 밝히는 곳이 있어서요.”
그렇게 말하며 손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손님은새카맣게 탄 얼굴로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런데
손님이 왠지 낯설지가 않습니다. 저는 손님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봅니다.
“앗, 이태석 신부님 아니세요?”
“허허허, 어떻게 금방 알아보시나요? 저는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아닌데요.”
이태석 신부님은 넉넉한 웃음으로 제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신부님이 나온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를 보고, 대한민국 전체가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너도 나도 앞다투어 아프리카 수단으로구호 물품을 보냈지요. 아무도 가지 않았던 의료 봉사를 자청하는 사람도 있고, 또 톤즈에 더 좋은학교 시설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브라스 밴드도여전히 활동 중에 있고요.”
“고맙군요. 모두 고맙기만 합니다.”
“그런데요, 저… 이런 말씀 드리기 뭐 합니다만, 신부님, 죽지 않으셨어요? 지금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하하하, 들켰네요. 저의 육신은 죽었습니다. 그건 분명하고요. 그렇지만 지금은 이런 모습이지 요.”
이태석 신부님은 자신의 등을 가리켰습니다. 그러자 날개 두 개가 등에서 활짝 펼쳐졌습니다. 식당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란 날개였지요.
“저는 지금 천사입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이런 모습으로 지구를 돌아다니고 있지요.”
“멋지십니다! 혹시 남는 깃털 있으면 하나만 주시면 안 될까요?”
“허허허, 천사의 날개가 닭털처럼 잘 빠지지는 않습니다만….”
“아참, 내 정신 좀 봐.” 하고 저는 얼른 주방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이태석 신부님께 드릴 국수를 끓이려고 냄비에 물을 부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을 만나면 제가 꼭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살아 계실 때 정말 행복하셨나요?”
그리고 이태석 신부님께 드릴 국수를 끓이려고 냄비에 물을 부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을 만나면 제가 꼭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살아 계실 때 정말 행복하셨나요?”
“그걸 왜 물어보시나요?”
“세상에는 행복한 척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거든요. 겉으로는 밝게 웃으면서 사람들을 만나지만, 마음 깊은 곳은 병이 들어 자살을 하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요. 다큐멘터리를 보니 신부님이 아프리카 수단에서 엄청나게 힘들게 사셨던데요. 전염병과 모기와 가난과 혹독한 노동을 하셨잖아요. 저는 신부님의 솔직한 고백을 듣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도 좋지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면 행복할 수가 없는 거 아닌가요?”
이태석 신부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제가 아프리카 수단에 갔을 때 거리에는 구걸을 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손을 내밀며 무엇을 달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기브 미 어 머니?” 신부님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기브 미 어 펜!” 아이들은 펜을 달라고 소리쳤습니다.
저는 다시 물었지요. 펜을 얻어서 뭘 하려고 하느냐고요. 그러자 아이들이 대답했습니다.
“기브 미 어 펜!” 아이들은 펜을 달라고 소리쳤습니다.
저는 다시 물었지요. 펜을 얻어서 뭘 하려고 하느냐고요. 그러자 아이들이 대답했습니다.
“공부할 거예요! 공부하고 싶어요!”
“공부를 왜 하고 싶은 걸까요?” 저는 신부님에게물었습니다.
“희망 때문이지요. 공부를 한다는 것은 희망을 갖는다는 의미지요.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사람은 절망에 빠지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수단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가난하고 힘든 나라지만, 우리나라보다 자살률은 훨씬 낮습니다. 그것은그 나라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부님,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가지라는 것만큼 쓸모없는 말이 없지 않나요? 굶주려서 당장 죽을 지경인 사람에게 돈을 벌어 밥을 사 먹으라는 말 같은 것 아닌가요? 그건 허황된말입니다.”
“하지만 신부님,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가지라는 것만큼 쓸모없는 말이 없지 않나요? 굶주려서 당장 죽을 지경인 사람에게 돈을 벌어 밥을 사 먹으라는 말 같은 것 아닌가요? 그건 허황된말입니다.”
저는 솔직하게 신부님에게 질문했습니다. 기분이나쁠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신부님은 또 한 번 환하게 웃었습니다.
“아이들은 공부를 왜 하고 싶은 걸까요? 공부에 대한 희망은 자신을 쓰임새 있게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쓰임새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려는 건 자기 자신만 잘 살려는 것이 아니지요. 자신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해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지요. 자기 혼자 잘 살겠다는 마음이었다면, 아이들은 금방 지쳐서 공부를 포기했을 것입니다.”
신부님은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신부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말씀 한 마디 한 마디는 제 가슴을 찌르는 것만같았습니다.
“행복은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목적을 정해놓고 열심히 산다면, 그 삶은 행복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집중하고 노력한다면, 그 삶은 행복합니다. 내 자신이 이 세상에서 쓰임새가 있다고 여겨진 다면, 그 삶은 행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따뜻한 국수를 정성껏 만들어 신부님 앞에 내놓았습니다. 신부님은 아주 맛있게 국수를 드셨습니다. 나는 행복했습니다. 내 볼품없는 국수가 신부님을 행복하게 해준 것 같아서요.
저는 따뜻한 국수를 정성껏 만들어 신부님 앞에 내놓았습니다. 신부님은 아주 맛있게 국수를 드셨습니다. 나는 행복했습니다. 내 볼품없는 국수가 신부님을 행복하게 해준 것 같아서요.
글 서지원(재능기부)
동화 작가, 소설가. 유쾌한 입담과 기발한 상상력과 즐거운 엉뚱함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꾼이다.
1989년 〈문학과 비평〉에 소설로 등단한 후, 신문사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 등을 거쳐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00권이 넘는 책들을 썼으며, 예스24와 교보문고 등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move68@hanmail.net
그림 배현정(재능기부) 출처 빅이슈코리아 32호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로는 버리고 눈과 귀를 여세요. (0) | 2012.03.26 |
---|---|
그 남자의 주방 | 봄 그리고 이사 (0) | 2012.03.22 |
이태석 신부님, 행복이 무엇인가요? (0) | 2012.03.22 |
평등 결혼식 (0) | 2012.03.13 |
내 아이에게 학교는 행복한 곳인가? (0) | 2012.03.13 |
도전 무한지식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사실들에 대해서) (0) | 2012.02.29 |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