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최효종
동그란 안경을 쓰고 사람들의 애매한 사정을 쇠고랑 차지 않고 경찰 출동하지 않는 선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애정남’ 최효종. 청색 멜빵바지를 입고 어기적대는 걸음으로 나와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할 말 속 시원하게 따박따박 해주어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일수꾼’ 최효종. 명쾌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에게 속 시원함과 통쾌함을 선사하는 그를 만났다.
얼마 전 식당에서 네 살짜리 꼬마 최효종을 만났다. “밥숟가락 뜨기만 하면 딱!!! 엄마가 딱!!! 밥 위에 나물을 !!! 요거 먹을까 말까 참 애매합니다잉~ 엄마한테 등짝 맞는 거 어렵지 않아요. 그냥 버리면 돼요~”구성진 억양으로 야무지게 흉내 내는 꼬마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요즘 최효종이 대세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유행어 제조기’라 불리는 대세 개그맨 최효종. ‘국민 개그맨’, ‘개념 개그맨’ 등은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눈 깜짝할 사이에 피고 지는 무성한 소문들로 뒤덮인 디지털 들판에서 최효종은 솔직한 발언과 톡톡 튀는 발상으로 향기 진한 꽃을 피워내는 데 성공했다. KBS 22기 공채 개그맨 출신인 그는 KBS2 <개그콘서트>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와 ‘사마귀 유치원’이란 코너에서 맹활약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독특한 말투와 억양은 대히트를 쳤고 각종 CF와 TV 프로그램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었다. 급작스럽게 얻은 인기와 세간의 주목이 좋은 점도 있지만 싫은 점도 있겠다는 질문에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정말 즐겁고 행복해요. 하지만 반대로, 선택하지 못할 일에 대한 폭이 넓어진 것도 사실이에요”라고 답하며 “올해로 개그맨 7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저는 나름 계단을 밟고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중들은 반짝 스타로 인식하시는 것 같아요”라며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크게 웃는다.
그는 가면을 쓰지 않는다
그를 떠올리면 유창하고 쫄깃한 말투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올해로 스물일곱 살이 된 ‘이 말 잘하는 청년’의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면 마치 오래된 나무 기둥이 울리는 소리를 듣는 것 같다. 그가 얼마나 자주 사색에 잠기는지, 한마디 대사를 위해 얼마나 고심하는지는 그를 직접 만나본 사람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 ‘책을 읽으면 왜 좋은지’ 여쭈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 어머니는 책에는 그림이 없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상상하게 되니까 머리가 좋아진다고 하셨죠. 그 후 스스로 어떤 상황을 공상하는 것이 습관이 돼버렸어요. 경찰 아저씨를 보면 내가 경찰이 되면 어떨까. 만약 여자로 태어났다면 어떤 여자였을까. 뭐 그런 것들이요. 이런 사소한 공상들이 다 제 대본의 아이디어가 된 셈이죠”
쉼 없이 내뱉는 말 속에서 튀어나오는 과감하고 솔직한 발언은 이미 그의 마음 안에서 자라고 있었고, 준비해두었던 생각인 것이다. 대중이 ‘좋아할 것 같은’ 말이나 표정을 일부러 만들어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사마귀 유치원’이라는 코너에서 그는 유명 정치인을 직설적으로 풍자하는 발언을 했다. 그의 ‘솔직한 개그’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모 프로그램에서 인기 여자 연예인에게 그녀의 팬이 아니라고 말해 초래된 상황도 의 거침없는 솔직함이 불러온 것이었다. 사실 최효종이 내뱉은 ‘위험한 발언’은 다른 나라의 버라이어티 쇼에서라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아니요”보다는 “좀 더 생각해볼게요”라고 말하거나 “뭐 먹을래?”라고 물으면 “아무거나 괜찮아요”라고 답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한국인의 정서에는 그의 직설적인 발언이 날카롭고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의 거침없는 솔직함으로 안티 카페도 생기고 욕도 먹을 만큼 먹었다고 한다.
“악플에 마음 상하는 편은 아니에요. 적어도 제 자신에겐 솔직하고 싶거든요. 다른 사람들의 맘에 들기 위해 거짓을 보일 수는 없잖아요” 그는 내면에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고 했다. 마음속의 자신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고 맞다고 하면 “고(Go)!”라는 것이다. 그는 무대 밖에서도 똑같이 솔직하다.
“손을 흔들어주시는 분들께는 저도 반갑게 손을 흔들어드려요. 고개 숙여 인사해주시는 분들께는 더욱 고개를 숙여 인사드리죠” 첫 만남에서 최효종이 밝힌 ‘최효종 표 인사법’이다. 사실 무대 밖의 최효종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엇갈린다. 어떤 이는 그를 거만하고 차갑다고 수군거리고 어떤 이는 그가 무척이나 예의 바르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상황과분위기에 따라 매우 상대적인 평가가 나온다.
“내가 아닌 나를 보여주려는 이미지 메이킹은 하지 않아요”라는 말처럼 최효종은 꾸밀 줄 모르고 솔직한 것이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고백한다. “조물조물 보기 좋게 만들어놓은 가면을 쓰고 대중 앞에 서고싶지 않아요. 이미지 메이킹으로 만들어진 모습과 내면의 진짜 내 모습이 갈등을 겪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사실 제가 얻은 인기가 솔직하고 시크한 입담 때문인데 특정 상황에서 눈치를 본다면 진실 되지 못한 것 아닐까요?”
“저는 팔이 안으로 굽는 남자예요"
‘개념 개그맨’ 최효종은 요즘 <판관 포청천> 시리즈에 푹 빠져 있다. “전〈판관 포청천〉 시리즈를 되게 좋아해요. 포청천은 아무리 사촌이라도정의를 위해 처벌을 가하잖아요. 가까운 사람을 해하면서까지 정의를 이루죠. 그런데 사실 저는 포청천하고는 완전 반대예요. 제겐 가족과 친구들, 제 주위 사람들이 제일 우선이거든요” 그는 애매한 것을 정해야 할 때면 자신의 주위 사람부터 챙긴다면서, 솔직하게 팔이 안으로 굽는 남자라고 시인했다. 최효종이 ‘개념’인 이유는 어쩌면 이 지점부터 시작하는지도 모르겠다. 주위를 먼저 챙기고 아끼고 돌보면서 겪는 생각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개그, 일명 ‘공감 개그’로 유명한 그가 아닌가. 그래서일까. 대중들은 최효종을 통해 속 시원한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그의 대범함에 함께 마음을 졸이면서도 그에게 환호한다. 한 지인은 그를 ‘철이 든 큰아들’ 같다고 말했다. 개그맨이지만 지나치게 장난스럽지도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기어코 내뱉고야마는, 그래서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걱정돼 돌아보게 되는 아들 말이다.
인기 연예인이 되면 누구나 대중이 원하는 모습으로의 기대감과 압박감, 그에 따른 상처도 생기게 마련. 생채기가 난 마음을 추스르고 무대에 올라야 했던 날도 많았을 터이다. 자신의 기분에 상관없이 관객에게 웃음을 주어야 하는 개그맨의 숙명 앞에서 슬프고 화가 나는 날엔 무대 위에서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지 물었더니 최효종은 크게 웃었다. “무대 위에 올라가면 무대 밑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새하얗게 잊어요. 오히려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것은 무대 위에서죠. 너무 몰입을 하다 보니 무대 위에서 돌발 상황이 생기면 당황하기도 해요” 이럴 때 떠오르는 단어, ‘천생’. 최효종은 타고난 개그맨임에 틀림없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부터 웃게 할 줄 아는 개그맨, 대중을 자기 곁에 둔 것처럼 살피고 또 살펴 결국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끝내 웃게 하는 개그맨. 어쩌면 그는 좀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 그의 팔은 안으로 굽지만, 그 안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력적인 최효종
웃지 않는 최효종의 얼굴은 낯설다. 촬영 중 그는 그런 낯선 얼굴을 하고 카메라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와 방금 찍은 사진이 떠 있는 모니터를 한참 동안 들여다본다. 그리고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아,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한 번도 내가 찍힌 사진을 이렇게 들여다 본 적 없어요”라고 말한다. 카메라에 포착된 무표정한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가 아직 소년의 티를 벗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눈매에는 다섯 살 꼬마의 천진난만함과 사춘기 소년의 반항기가 어려 있었다. 촬영장에서 그는 티 없이 유쾌했다. 스태프의 메이크업 상태를 가지고 “부지런하신가 봐요. 메이크업이 아주 잘됐네요”라며 분위기를 풀어갈 만큼 섬세했으며 툭툭 뱉는 말마저 웃음을 빵빵 터뜨리는 시한폭탄이었다.
“전 잘한다, 잘한다 하면 진짜 더 잘해요” 칭찬은 촬영장의 최효종을 춤추게 했다. 새로 바꿔 낀 안경이 마음에 든다며, 오늘 메이크업이 곱게 잘되었다고, 이런 헤어스타일을 해보고 싶었다며 그는 쉴 새 없이 웃었다. 그는 눈과 입을 얼굴 가득 채우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연신 지으며 유머를 던졌다. 동그랗게 만든 눈에서 시작된 유쾌함은 풍선처럼 터져 나와 촬영장 모두의 기분을 부풀게 만들었다. 재기발랄한 그의 매력에 빠지지 않은 이가 있을 리 만무했다
혀가 짧은 듯한 특유의 앳된 발음과 말투 구석구석에 담긴 악센트, 목에서 묻어나는 허스키한 보이스. 직접 만
난 최효종은 브라운관 안에서보다 더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솔직 담백한 매력을 온 얼
굴로 표현하는 것이 무척이나 익숙 하다. 무표정으로 있다가도 말을 할 때면 세 배는 족히 커지는 아몬드 형
눈으로, 앙 다물면 새치름하게 변하는 입으로 풍선껌 불듯 찰진 단어를 하나하나 내뱉으며 분위기를 띄우는
그. 10년 뒤 그의 모습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의외로 평범한 답을 해왔다.
“박수홍 선배님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나간 적이 있었어요. 새벽에 가까운 이른 아침 시간에 바쁘게 출근하
는 30대 중후반 샐러리맨을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무거운 어깨를 추스르며 바쁘게 걸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10년 뒤 제 뒷모습이 저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개그맨으로 활동을 하든지 평범한
직장인이 되든지 저렇게 평범한 아저씨일 것이라는 생각 말이에요”라고.
최효종은 10년 후의 자기 모습에도 솔직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그래도 한 가지 욕심을 부려본다면, 최
효종이 지금처럼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개그맨’ 아저씨로 우리 곁에 있길 바라본다.
글 조혜나(재능기부) 사진 한용(재능기부)
메이크업 최승희(재능기부) 헤어 조윤미(재능기부)
의상·소품협찬 에떼르넬 웨딩, 니나리찌, 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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