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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 <어릴 적 나에게 보내는 편지> To. 어릴 적 인희

이벤트/독자 참여 2012. 5. 29. 13:58




글 김인희(재능기부)

그림 박정은(재능기부)


안녕? 지금 너는 모나코에 있겠구나. 만화 속 캔디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하며 떠난 유학길. 난생 처음 타보는 비행기며 영어도 아닌 불어를 사용하는 모나코의 모든 것이 낯설고불안하기만 했지. 그래도 한국에서는 자신이 발레를 아주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 세계에서 온 아이들 틈에서 네 존재감을 찾는 게 너무 힘들었지? 일곱 시 반 기숙사의 두꺼운 철문이 닫히고 나면 오늘도 넌 어둠 속에서 달을 보며 울고 있겠구나. 엄마를 빼곤 모두들 너에게 ‘발레’가 ‘사치’라고 말해도 넌 발레를 포기할 수 없었지. 모나코 유학을 결심했을 때 이미 발레는 네 삶 그 자체가 돼버렸으니까. 지금 네가 겪고 있는 외로움, 불안함, 좌절감, 경제적 고통은 오히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밑거름이 될 테니, 이 고비를 잘 넘겨주길 부탁할게.


초등학교 4학년 운동회였지? 태어나서 처음 ‘부채춤’을 봤는데 갑자기 몸이 마비되는 줄 알았어. 시골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 시장에서 가게도 없이노점에서 장사를 하셨던 엄마를 넌 2년 동안이나 졸랐지. 참, 철없는 딸이었어. 처음으로 시작한 무용. 돈이 없어도 널 제자로 받아주고 키워주신 윤희준 선생님 덕분에 무용을 시작할 수 있었어. 춤이 너무 좋아 밤 열두 시까지 힘든 줄 모르고 연습을 했고, 다른 친구나 언니들은 공연 의상이 의상실에서 왔지만 넌 기본 의상만 받아 며칠 밤낮 선생님과 함께 수선했던 기억이 나니? 그땐 힘들었지만 덕분에 바느질도 배웠고, 뭐든 뚝딱 잘 만들어내는 것은 그때 배운 바느질 덕분이야. 윤희준 선생님! 영원히 선생님의 가르침과 나눠주신 사랑을 너도 나누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던 거 늘 기억하고 있지? 


모나코왕립발레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특전과 등록금 전액 면제 혜택을 받아 기뻐할 일이었지만 넌 하나도 기쁘지 않았었지? 오히려 포기할까 생각했었잖아. 일곱 식구가 겨우 단칸방에서 살던 형편에 30년 전 100만 원이 넘는 항공료는 정말 큰돈이었으니까. 아빠가 벽돌공장에서 1년 치 월급을 가불 받아너는 모나코로 유학을 갔고 아빠는 청평으로 일자리를 위해 가시며, 가족들이다 흩어질 수밖에 없었어. 유학을 떠나며 공주가 된 듯 착각에 빠지기도 했지만, 문화적 차이와 고된 연습, 그리고 너 때문에 고생하고 있을 가족들 걱정으로 지금 네 생활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지쳐 있지? 인희야, 아직 포기하면 안 돼, 온몸 세포 하나하나가 그 꿈에 반응하는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니?


2년 만에 돌아온 서울, 바로 프로 발레단의 최고 무용수가 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삶은 늘 계획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만만치 않다는 것 너도 이미 알고 있었잖아. 고등학교 3학년을 다시 다닌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야.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면 지금 네가 하고 있는 모든 공부는 못 하게됐거나 훨씬 힘들었을 거야.1984년 2월,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공연 준비로 정신없이 바쁠 무렵 갑자기 숨이 차고 답답해 병원에 갔더니 ‘폐종양’이라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에 넌 어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았니? 발레를 해야 하니 앞쪽에 흉터가 생기면 안 된다고 등 뒤로 수술을 해주겠다던 당시 경희의료원 흉부외과 박사님께 아직도 감사드려. 마취약이 스며들 때 했던 마지막 기도 기억하니? 만약에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된다면 다시 발레를 하라는 뜻으로 알고 열심히 발레를 하겠다던, 지금도 가끔 그 기도 생각이 나서 피식 웃을 때가 있어. 일곱 시간의 대수술을 받은 뒤 일주일 만에 퇴원하고 한 달 후 무대에 섰다는 건 지금생각해도 기적 같아.


1995년 2월 19일, 꿈과 열정만으로 서울발레시어터를 창단하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말 너무 힘들어 발레단을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하는순간에도 넌 ‘로이 토비아스’ 선생님께서 늘 해주셨던 “코만 물속에 빠지지 않게 내놓고 있어라”라는 말을 기억하곤 했었지. 숨만 쉬고 죽지 말고 버티자면서 눈물도 많이 삼켰지. 가끔은 그냥 몸의 힘을 쭉 빼고 물속으로 툭 떨어져 내려가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하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어둠. 그 답답함과 불안함 속에서도 네가 노력하는 순간순간이 모여 앞으로 네 삶과 가족들 그리고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희가 되길 바라.



From. 인생의 반에서 아직도 꿈을 꾸는 김인희


김인희┃서울발레시어터 단장

선화예고 재학 중 모나코왕립발레학교로 유학을 다녀온 후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멤버와 국립발레단 멤버로 활동하다가

젊은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서울발레시어터를 창단했다.

발레 창작과 대중화를 모토로 활동하고 있으며,

요즘 빅이슈 판매원들과 미혼모들에게 발레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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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TAG 36호, 김인희, 박정은, 빅이슈, 빅이슈 발레, 서울발레시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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