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답다’는 것
‘서지니답다’는 것
그의 화법은 뭐랄까, 춘삼월의 바람 같다고 할까. 찬 여운 속에 봄이 더 많이 묻어나는.
그러고 보니 <삼시세끼>의 정선 시골집 마당에서 그가 생전 처음 지어보았다는 가마솥의 밥 같기도 하다.
담백함 속에 구수함이 감도는, 참 묘한 매력의 화법이 아닐 수 없다.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말투 속에서
오히려 은근한 따뜻함과 구수한 밥맛을 느끼게 하는 배우 이서진.
그의 시골 생활과 ‘삶’이라는 여행은 어떠한지….
글 함영 사진 조세현(재능기부) 스타일리스트 실장 권미혜, 팀장 권혜원(이상 재능기부, 인트렌드)
헤어 이사 성효진, 메이크업 원장 조해영(이상 재능기부, 에이바이봄)
“이서진답게, 이서진답게….”
마지막 컷을 남겨두고 조세현 사진작가가 이서진에게 이렇게 주문한다. 그런 요구에 다양한 표정을 짓던 그가 이젠 무심한 눈길로 카메라 앵글을 바라본다. 그러나 결코 무심하지만은 않은, 어쩌면 무심하지 못한 마음이 눈가에 담겨 있다.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않는 그만의 그 무엇, 늦겨울과 초봄 중간 즈음에서 만나는 바람처럼 찬 기운 속에 오히려 따뜻함을 감지하게 하는 그 무엇이 사진작가의 파인더에 포착된다.
“그렇지, 바로 그 모습이 이서진이지!”
이서진답다는 것, 본인이 생각하기엔 어떤 모습같나요?
사실 전 잘 모르겠어요. 옛날 신인 때 조세현 선생님이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저를 워낙 오래 보셨으니까 선생님만의 파인더안에서 보고 느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조세현 작가)이 생각하는 이서진다운 것은 무엇인가요?
서진 씨 데뷔 사진을 찍었을 때 이미지가 20~30년이 흘러도 안바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중국 음식을 계속 먹고 있다가 갑자기 요리하지 않은 셀러리를 만난 것 같다고 할까. 중국 음식 알잖아요? 화려하고 맛있는데 기름에 튀겨 재료가 흐물흐물하고 금세 질리잖아요. 그런데 서진 씨는 굉장히 신선하고 상쾌한 파란색 셀러리, 딱 그거였죠. 꾸미지 않은 모습 속에 기품도 있고 산뜻하고 정체성이 분명해 보였어요. 사실 아이덴티티가 있는 배우는 별로 없어요. 생각보다. 작가로서 가령 로버트 드니로 같은 배우는 사진 찍기가 쉬워요. 자기 정체성이 분명하니까. 그래서 이서진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많죠.
조세현 작가의 말처럼 배우 이서진만의 특징과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은 드라마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입증되었다. <꽃보다 할배>에서는 무뚝뚝하면서도 배려 깊은 짠돌이 가이드로서 꽃할배들의 무한 신뢰를 받고, <삼시세끼>에서는 생전 밥 한 번 해본 적 없는 도시남이 시골집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음식을 해 먹이느라 서툴기만 한 살림 솜씨를 발휘한다. 물론 한집에 사는 택연과 만만한 손님들을 일꾼으로 마구 부려먹지만 그 모습마저 훈훈하고 정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조세현 작가가 얘기하는 이서진만의 정체성 때문 아닐까. 무뚝뚝함과 깊이 있는 배려를 이토록 반비례적인 조화로 다정多情하게 끌어내는 것은 배우 이서진이 아닌 인간 ‘서지니’로서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조세현 작가의 파인더에 변치 않고 저장된 이서진 다운 그 무엇, 그것은 아마 이서진이 아닌 ‘서지니’의 모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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