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코리아가 다섯번 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고마운 독자 분들에게 보내는 빅이슈 판매원 분들의 편지를 담았습니다.
빅이슈코리아 5주년 '참 고마운 당신에게 거리에서 보내는 편지' from BigIssueKorea on Vimeo.
그중에 그대와 5년간의 빅이슈
글 김승권, 김여름
2010년 10월 어느 날, 광화문 네거리에서였어요. 사람들은 여느 때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횡단보도를 지나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문득 하늘이 궁금했어요. 인파 속에서 혼자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푸른색 하늘과 붉은색 교보문고 건물이 동시에 보였어요. 외벽엔 여느 때처럼 ‘광화문 글귀’가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었어요.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준다.”
글귀가 제 머리를 맴돌고 있을 때 저는 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빨간 모자와 조끼를 입고 한 손에는 잡지를 든 아저씨가 허공에서 홀로 외치고 있었습니다.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내 두 귀에는 언제나처럼 이어폰이 꽂혀 있었거든요. 토이의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그때 웬일인지 노래보다 아저씨의 말이 궁금했어요. “따뜻한 잡지 《빅이슈》입니다.” 《빅이슈》를 처음 본 건 그때였습니다. 못생겼더군요. 잡지가 세련되지도 않았고 표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리고 지금 시대에 잡지라뇨. 저는 그때 이미 아이폰 4에서 수많은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 잡지를 사지 않았죠.
2011년 1월, 한 선배가 “The Big Issue”라고 쓰인 잡지를 들고 있었습니다. 표지 모델은 하정우 씨였어요. 한국 연예인으로서 첫 재능기부라고 했습니다. 당시엔 3000원의 잡지 가격 중 1600원이 노숙인에게 돌아간다고 했어요. 궁금해서 잡지를 펼쳤습니다. 나쁘지 않더군요. 하정우 씨 인터뷰 질문도 좋았습니다. 2011년 5월, 어느 언론에서 《빅이슈》가 격주간지로 변화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었죠. 저는 그때 군대에 가야 했거든요. 2년가량을 군대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국방부 시계도 가긴 가더군요.
2013년 4월, 제대라는 구원이 내게 찾아온 그날. 제게도 첫 《빅이슈》가 생겼습니다. 여느 때처럼 광화문역에서 홀로 외치고 있는 빨간 조끼 아저씨에게 가서 인사를 건넸습니다. 혹시나 잔돈이 없으실까 봐 걱정하며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 드렸는데 걱정 없다는 듯, 7000원을 거슬러 주셨습니다. 활짝 웃으시며 잡지를 주시는 아저씨를 보며 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2013년 5월, 《빅이슈》가 변화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3000원에서 5000원으로 가격을 올린다는 것이었죠. 솔직히 부담됐습니다. 3000원 정도라면 자선하는 셈치고 살 수 있었는데 5000원은 좀 큰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일단 한 번 더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묵직해진 《빅이슈》를 사서 펼쳤습니다. 저의 불안을 조금 잠재우는 발행인의 편지가 앞쪽 페이지에 있었습니다. 왜 가격을 올렸는지, 잡지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를 상세히 설명해 조금은 납득이 되었지요. 무엇보다 콘텐츠가 알차진 것이 기뻤습니다. 50p에서 100p로의 증편. 내용도 충실했어요. 그때부터 《빅이슈》에 무한 신뢰를 가지고 꼬박꼬박 잡지를 사서 보고 있습니다. 그 후 2014년 7월 책등 및 커버 재질이 변경될 때, 2014년 11월 소셜 엔터테인먼트 매거진에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으로 잡지 방향이 변경될 때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지요. 《빅이슈》라는 잡지는 참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일처럼 함께 참여하여 공동으로 만들어가는 책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의 믿음에 부응하듯 잡지는 계속해서 튼실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창간 5주년이라고요? 이번부터 다시 세로 크기를 좀 늘인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빅이슈》가 어떻게 바뀔지 기대가 되네요. 저에게도 자그마치 5년입니다. 하나의 잡지를 애정 어린 마음으로 응원하기까지 걸린 시간이요. 2010년 광화문에서 봤던 괴테의 글귀가 다시 생각이 납니다.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준다.”
그렇습니다. 지금 제가 읽고 있는 《빅이슈》가 저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는 하나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광화문 교보문고 근처에서 세 권의 책을 샀습니다. 토익 책, SSAT 수험서 그리고 《빅이슈》. 하지만 그 책들 중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은 단 한 권입니다. 《빅이슈》가 더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책이 되기를, 더 많은 사람들을 설명할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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