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할 수 없는 매혹 스칼렛 요한슨
글 최광희(재능기부) 사진제공
<루시>(2014)
스칼렛 요한슨의 입체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그녀가 21세기의 마릴린 먼로이기도 하고, 잉그리드 버그만이기도 하며, 오드리 햅번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다. 어떤 영화에서 그녀는 너무나 요염하고, 어떤 영화에서는 지나치게 청순하며, 또 어떤 영화에서는 숨이 막힐 정도로 뇌쇄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매혹, 또는 매력이 그녀에겐 있다. 이토록 얄밉도록 아름다운 배우도 참 드물 것이다.
과연, 스칼렛 요한슨의 필모그래피는 그녀가 증명한 입체성만큼이나 역동적이다. 그녀는 <아일랜드>(2005)와 같은 SF, <어벤져스>(2012) 같은 슈퍼 히어로 영화는 물론, 우디 앨런의 <매치 포인트>(2005)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8) 같은 치정 멜로, <블랙 달리아>(2006)와 같은 누아르, <천일의 스캔들>(2008)과 같은 시대극, <돈 존>(2014) 같은 코믹 멜로의 조연까지,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달려왔다. 그리고 그때그때 필요한 형상으로 자기 자신을 빚어냈다. 철없이 막 나가는 10대에서부터 남자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팜므파탈, 몸에 딱 달라붙는 라텍스 옷을 입고 맹활약을 펼치는 슈퍼 히어로까지, 거칠 게 없는 행보를 보여줬다. 한마디로 닥치는 대로 한 것 같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그것도 아니다. 다시 한 번 키이라 나이틀리와 비교한다면, 키이라가 최근 다소 엉뚱한 작품 선택으로 필모그래피를 살짝 망치고 있다면, 스칼렛은 매우 영리하게 인디와 블록버스터를 오가며 연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것을 영리하다고 봐야 할까, 자유분방하다고 봐야 할까. 어느 쪽이 됐든 스칼렛 요한슨이 이미 배우로서의 굳건한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냈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블랙 달리아>(2006)
자, 이제 그녀의 최신작 <루시>로 가보자. 이번엔 프랑스의 흥행술사이자 백전노장 뤽 베송 감독이다. 이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루시는 <매치 포인트>의 노라와 <어벤져스>의 블랙 위도우를 뒤섞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그러니까 조금 맹한 듯하다가, 어느 순간 피도 눈물도 없는 총격 액션을 선보이는 캐릭터로 급선회한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스칼렛 요한슨은 마치 터미네이터가 된 듯한 ‘무표정의 표정’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녀의 영화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뤽 베송의 입장에서 본다면 <루시>의 스칼렛 요한슨은 <레옹>의 마틸다(나탈리 포트만 분)와 <제5원소>와 <잔 다르크>의 밀라 요보비치를 뒤섞어놓은 듯한 모습이지만, 역시나 후반부의 스칼렛 요한슨은 뤽 베송의 이전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모습이다.
* 인터뷰 전문은《빅이슈》91호 (9월 1일자 발행) COVER STORY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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