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되었다 쓰러진 채 발견된 홍대입구역의 배윤식 빅판.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 뒤 많은 응원과 도움으로 꿋꿋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사연들을 걱정해준 독자들에게 전한다.
글 황현선 사진 염지환, 홍진훤(재능기부자)
출처 빅이슈코리아 8호
사라진 빅판
2010년 12월 17일은 배윤식 빅판과 인터뷰를 약속한 날이었다. 오후 3시, 홍대입구역 개찰구를 나서니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자가 빅판의 물품들과 서 있는 게 보였다. 겨울동안 구세군과 빅판이 나란히 활동하게 되어 이웃처럼 지내는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빅이슈에서 나왔는데… 빅판분은 식사하러 가셨나봐요?”라고 물었다 예상 밖의 답을 들었다. “그게… 아저씨가 오늘 몸이 안 좋아보이더니 계속 안 오시네요. 안 그래도 회사 전화번호를 찾고 있었는데.”
빅판은 어디 간 걸까? 행인들에게 광고지를 나눠주던 또 다른 이웃이 다가와 말했다. 빅판이 ‘중풍이 온 것처럼 다리가 불편해 보였다’고. 급하게 빅이슈 영업국에 연락을 한 뒤 역 화장실과 계단 등을 둘러봤지만 빅판은 없었다. 빅판의 휴대폰은 신호음만 울릴 뿐이었다. 빅판 코디네이터가 도착하고, 또 다른 구세군 봉사자가 ‘지하철을 타러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는 빅판을 오후 2시 30분쯤 봤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빅판 코디네이터는 빅판 물품을 수거한 뒤 배윤식 빅판이 사는 임대주택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집은 비어있었고 그대로 배윤식 빅판은 연락이 두절됐다.
빅이슈에 돌아오다, 그리고 뇌종양 수술
다음 날인 토요일은 빅판들이 사무실에서 다과회를 하는 날이었다. 다과회 뒤 주말 판매지로 이동하던 빅판 코디네이터가 영등포시장역 내 계단에 쓰러져 있던 배윤식 빅판을 발견했다. 병원 응급실에 달려가자 뇌종양으로 즉시 수술해야 한다며, ‘그동안 통증이 심했을 텐데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만 하루 동안 정신이 혼미한 채로 어디를 헤맸을지 모를 배윤식 빅판은 어떻게든 빅이슈 사무실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발견되었을 때도 “빅이슈… 빅이슈…”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고.
곧 빅이슈 직원들이 보증인이 되어 입원과 수술절차를 밟았다. 결과는 악성이 아닌 양성 종양이었고 제거 수술도 성공적이었다. 남은 것은 600여만 원의 수술비와 재활 치료 문제.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었기에 모금 운동이 시작되었다. 때마침 배윤식 빅판이 서울시의 ‘노숙인 저축왕’에 선발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간 성실히 일하며 200만 원을 저축한 덕이었다. 빅판 중 처음으로 고시원을 벗어나 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된 것도 최근이었다. 이런 배윤식 빅판에게 뇌종양 수술이라니.
조용한 손길들이 이뤄낸 것
며칠 새 트위터를 타고 배윤식 빅판의 수술 소식이 널리 퍼져나갔다.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독자들이 리트윗한 메시지들이 끊이지 않고 안타까움과 응원을 실어날랐다.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600여만 원의 수술비가 모두 모였다. 익명의 독자들이 보내온 1~2만 원, 기부 포인트 200원 같은 작은 정성이 모인 것. 2월의 문턱에 온 현재 빅이슈코리아 모금통장에 280여만 원, 네이버 해피빈 모금 페이지에 360여만원이 모여있다. 거기에 서울시가 수술비 지급보증을 서주기로 했다. 수술비 지불을 기다려준 한강성심병원의 배려도 있었다. 많은 관심과 도움들이 배윤식 빅판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고 있다.
현재 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배윤식 빅판은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아직 팔과 다리가 저리고 대화를 나누기도 조금 벅찬 상태지만 열심히회복 중이다. 지면을 빌어 빅이슈 영업국장의 감사 메시지를 전한다.
“사람들이 늘 거리에서 투명인간 취급하며 스쳐가 버리던 홈리스 출신의 빅판에게 이렇게나 많은 도움과 관심이 모였다는 사실에 감동했습니다. 독자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전하고 싶은 이야기 등을 인터뷰 기사에 실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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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호 2011.03.21 20: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동적이네요 ㅠ.ㅠ
이응 2011.03.22 15: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저씨 걱정 많이 됐었는데, 수술 잘 마치셨다니 마음이 좋네요.
곧 다시 뵐 수 있겠죠?
라온 2011.07.01 2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곧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이 빨리 회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