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날아갈 한국 대표팀을 뽑아라
넘어져도 좋아

헛발질도 좋아

5월 3일 화요일, 영등포공원 내 풋살장에서 ‘2011 프랑스 파리 홈리스 월드컵 한국 대표 선수 1차 선발전’이 열렸다. 한국 대표로 참가할 1차 선발 선수 15명을 뽑는 자리였다.

글 박광민 사진 오진태(재능기부자)·이승훈(재능기부자)
출처 빅이슈코리아 12호

2010 브라질 리우 홈리스 월드컵에 빅이슈 판매원으로 꾸려진 한국대표팀이 출전했다. 비록 1승 10패를 기록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인정받아 최우수신인팀상을 수상했고 참가 선수들은 건강도 얻고 끈끈한 팀워크도 배우는 일석이조의 경험을 했다.
 

올해는 선발전을 통해 더 많은 홈리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대회에 출전했던 오현석 빅이슈 판매원은 이번 선발전에는 스태프로 참여했다. 한번 출전했던 선수는 다음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대회 규정 때문. “참가할 수 없어서 아쉽지만 다른 홈리스 출신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데 만족한다. 이번에는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5위 정도 했으면 좋겠다. 가서 홈리스 월드컵의 감동을 몸소 느끼고 와라.”라고 당부했다.

선발전 참가자들은 19명의 빅이슈 판매원을 포함해 구로구청·가나안쉼터 등 6개의 홈리스 기관, 쪽방 등 기타 거주지 참가자까지 총 48명이었다. 행사 진행은 9명의 재능기부자가 도왔다. 대부분 트위터 홍보를 보고 찾아온 이들은 포스터 부착·선수 등록·심사 안내 등을 맡았다. 서울특별시가 장소와 음료수를 후원했고 경향신문·아리랑TV 등 여러 언론사의 취재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 12시에 선수 등록이 마무리되자 참가자들은 등번호표를 받았다. 심사 전, 풋살장에 동그랗게 모여 조현성 코치의 지도로 스트레칭을 했다. 몸의 긴장을 풀어 부상을 예방하고 건강 상태가 나쁜 참가자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심사가 시작되자 긴장감이 가득하던 풋살장이왁자지껄해졌다. 백발의 고령 참가자, 구두를 신고 온 참가자 등 나이와 차림새는 제각각이었지만 하나같이 열정적이었다. 달리다 넘어지고 헛발질도 여러 차례 나왔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박수와 함성으로 서로를 격려했다.

심사는 한준희 KBS 해설위원 등 5명의 심사위원이 각자 다섯 가지 항목을 맡았다. 왕복 달리기시간을 기록하는 ‘스피드’, 발등으로 공을 컨트롤 하는 ‘리프팅’, 훈련용 콘 4개 사이를 지그재그로 달리는 ‘콘 드리블’, 골대 왼쪽·가운데·오른쪽에서 슛을 쏘는 ‘슈팅’, 마지막으로 선발전에 임하는 자세를 보는 ‘태도’까지 심사 점수표에 꼼꼼히 기록했다. 심사 후 참가자들은 나무 그늘에서 간식을 먹으며 땀도 식히고 담소도 나눴다. 아직체력이 남았다며 풋살을 하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1차 선발 인원 15명은 5월 6일 빅이슈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되었고 이후 영등포공원 내 풋살장에서 매주 월요일 훈련을 실시한다. 2011 프랑스파리 홈리스 월드컵(8월 21일~28일)에 가게 될최종 선발 인원 8명은 7월 4일 2차 선발을 통해

결정된다.

홈리스 월드컵은 2003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마다 전세계 도시의 도심 가운데에서 열리는 대회이다. 창립자 멜 영(Mel Young)은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사회문제인 ‘홈리스(Homeless, 노숙인) 문제’를 국제적인 연합을 통하여 인식을 전환하고, 홈리스 본인이 스스로 자활의지를 가지며, 삶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그래서 멜 영은 전 세계의 홈리스가 서로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축구’를 도입하게 되었다.
2010년까지 8회 대회를 거치면서 선수인 홈리스, 관중인 일반대중, 파트너인 각 나라의 기업, 지자체의 인식변화 등의 여러 가지 효과를 가져왔다.

참고 : http://www.homelessworldcup.org/our-impact/impact-research

2010년 브라질 홈리스월드컵 중 거리 퍼레이드하는 한국팀

< 홈리스월드컵을 실시하는 배경 >

1997년 IMF이후 노숙인(홈리스)이라는 계층이 생겨났습니다. 그 전까지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 직장인, 요리사, 사업주였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가게 되면서 노숙인의 자립이라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정한 거처가 없이 다시 사회로 돌아가고자 하더라도 사회의 벽에 막히고, 생활이라는 벽에 막히고, 절망이라는 큰 늪에 빠지게 되면서 자립을 이루지 못하는 노숙인들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제자리라는 생각에 결국은 자립의지가 꺾이고, 그런 그들을 보면서 일반인들도 “저들은 의지가 없어서 저 모양이지”라는 인식을 강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깨기 위해, 사회와 노숙인 양측의 적극적인 의식개선 및 자립의식의 고취를 위해 홈리스 월드컵을 실시하여 참여한 선수들의 건강한 자립과 사회에는 우리가 모두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홈리스 월드컵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 홈리스월드컵 에피소드 >

2010년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해변에서 홈리스 월드컵이 열렸습니다.  8번째 월드컵이었는데 한국팀은 처음으로 출전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홈리스 월드컵을 본 한국팀 선수단의 반응은 다 똑같았습니다. ‘아.. 우리가 너무 홈리스라는 말 속에 무기력과 약하다는 이미지를 넣고 있었구나’ 프로축구만큼 거친 몸싸움과 실력, 그리고 그들의 자신감을 보면서 우리가 안이한 태도로 참여를 했다는 것을 절감했지요. 준비가 덜 된 그리고 가장 평균연령이 많은 우리팀을 보면서 야유나 무시를 할 것이라 예상했던 우리와 다르게 너무나 큰 환호와 응원을 해 주었고, 서로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며 나중에는 한국팀 선수들에게 사인을 부탁하는 수많은 관중과 선수들이 생겼습니다. 그 경기를 참여한 한 선수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라고 했고, 다른 선수들 모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하며 다시 재기를 꿈꾸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이제, 2011년 프랑스 파리의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