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목축제의 변신
몽골 문화나담축제
세계 10대 축제 중의 하나, 가장 오래된 유목축제인 몽골의 나담축제가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하늘과 땅, 바람과 풀뿐이던 초원에는 색색의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국적을 뛰어넘은 아티스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름다운 선율과 춤사위를 선보였다. 바로 한국 문화기획자들이 새롭게 만들어낸 ‘문화나담축제’.
또 하나의 축제를 탄생시킨 메타기획 최도인 전략기획실장을 만났다.
글 심우리 사진 김홍지(재능기부자)·메타기획컨설팅
출처 빅이슈코리아 17호
01 몽골 초원에 펼쳐진 김언경 작가의 ‘바람개비 프로젝트’
02 몽골의 장년층이 참가하는 활쏘기 대회.
03 해금 연주자 마혜령과 몽골의 마두금 연주자가 즉흥연주를 공연하고 있다.
04 유목 창작여행 중 ‘흡수골브라더스’라고 불렸던 이적과 하림이 함께 연주중이다.
‘문화나담축제’가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어떤 계기로 기획하게 됐나?
나 개인으로도, 회사에서도 국제적으로 같이 만드는 프로젝트에 대한 욕구가 컸다. 그러다 우리와 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북아시아와 그 동질성을 토대로 뭔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2006년 7월에 몽골에서 몽골예술대학 바야라 교수와 몽골예술위원회 아리나 사무총장을 만나 전통의 나담축제를 보다 문화적인 축제로 만들어보자고 권유했고,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시작하게 됐다.
2007년 7월부터 구체적인 조사에 들어가 몽골과 한국, 러시아(바이칼)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나담축제’를 기획하게 됐다. 처음부터 몽골을 염두에 두고 간 것인가?
그렇다. 공통의 문화적 비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확인하고, 가능성을 직접 보고싶었다. 우선 우리와 비전을 나누고, 정서적인 공감을 나눌 동반자를 구하는 것이 시급했는데, 그때 바야라 교수와 아르이나 사무총장을 만났다. 2006년부터 2007년 까지 1년간은 교류하고 대화하며 같은 목표에 대한 확인 과정을 거치면서 참 많은 부분에서 동질성과 믿음을 느꼈고, 같이 뭔가를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년이면 5년째가 되는데 이제 가족, 혹은 솔메이트라고 말할 정도로 마음을 나누고 있다.
한국과 몽골, 러시아 등 3개국이 함께 축제를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아예 없었을 것 같지는 않다.
의외로 처음에는 순탄했다. 1년 동안 한국과 몽골에 서로 초대하면서 교류했고, 2007년에는 몽골에 있는 한국 호텔에서 몽골 작가들의 24개 작품을 전시하는 대규모 아트콜렉션을 열기도 했다. 또 한국과 몽골 아티스트들이 ‘우정’을 주제로 앙상블을 하기도 했고. 하지만 몽골 정부의 승인부터 1년 정도 기간이 조금 힘들었다. ‘정말 왜 하려는 것이냐?’, ‘진짜 할 거냐?’ 하는 우려 어린 시선도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2008년 마침내 문화나담축제가 성사되었고, 첫회에는 몽골 대통령부터, 문화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이 많이 왔다. 우려의 시선을 보냈던 이들이 축제를 보며 문화적 반성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 뒤로 몽골정부에서 매회 예산지원을 해주고 있다.
나담축제에 문화를 접목시키고자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나담축제’는 징기스칸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설이 있을 만큼 수백년의 전통을 가진 축제다. 당시에는 유목민들이 1년 중 제일 날씨가 좋은 7월에 모여 말경주나 활쏘기, 씨름 등을 통해 인원수를 확인하고, 훈련 상태를 점검하는 부족 모임이었으니 주로 남성이 즐기는 축제였다. 우리는 남성적인 힘겨루기식의 축제에 어머니처럼 축제를 감싸 안는 문화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었다. 특히 이번에는 ‘유목 창작여행’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이전까지 지금 있는 문화예술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한국, 몽골, 러시아의 아티스트들이 모여서 영감을 나누고, 즉흥적으로 협업해보는 유목적인 창작여행을 떠나보자고 했다. 그 결과물이 문화나담축제에서 공연된다면 더 좋고.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7월 3일부터 7일까지 4박5일간의 일정으로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이적, 하림, 이성규 감독 등 내로라할 6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모였나?
유목 창작여행의 취지나 의의에 공감하는, 그야말로 ‘유목적인’ 아티스트들을 찾았다. 그중 하림은 지난해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냥 같이 갔고(웃음). 이적은 하림이 추천했다. 이나현은 주로 유럽에서 활동한 현대무용가이고, 김철류 작가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화가로 귀국 첫 프로젝트로 유목 창작여행에 합류했다. 또 해금 연주자 마혜령과 다큐멘터리 영화 <오래된 인력거>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성규 감독도 함께했다. 여기에 몽골의 마두금 연주자와 전통무용가, 바이칼의 야탑 연주자 등 4명의 현지 아티스트도 함께했다.
국적과 개성이 다른 10명의 아티스트들. 생각만으로도 굉장히 힘든 여정이었을 것만 같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우려일 뿐이었다. 4박 5일동안 서로 교감하며 쉽게 융화되어 갔고, 멋진 음악도 만들어냈다. 특히 가장 먼저 이적이 〈흡수골〉이라는 새로운 곡을 내놓으며 물꼬를 텄고, 하림도 이적의 불씨에 자극을 받아 〈Wind From the Lake〉라는 곡을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즉흥연주를 어색해하던 몽골 아티스트들도 상당히 빨리 적응해서 나중에는 이나현의 즉흥 무용에 마두금과 해금을 연주하고, 이적과 하림의 즉흥연주에 몽골 전통무용가가 춤을 추기도 했다. 사실 즉흥연주가 쉬워보여도 웬만한 내공이 아니면 해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 명 한 명이 정말 대단한 내공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다.
몽골에서도 흡수골은 꽤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아티스트들을 거의 ‘고립’시켜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사실 ‘고립’이 맞다. 하림은 “우리를 유배보내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웃음). 하지만 이적이 “예술적으로 음악적으로 이렇게 몰입했던 건 정말 오랜만이다”라고 말했 듯이 아티스트들에게도, 기획자인 나에게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오히려 여행이라는 마음가짐, 장소의 특수성이 좋게 작용한 것 같다.
유목 창작여행의 후속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더라.
처음부터 4박5일에 끝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여행을 시작으로 어떤 후속작업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김철류 작가는 이적·하림·마혜령의 악기에 그림을 그려서 전시를 하고, 판매 수익금을 문화나담축제에 기부한다. 또 이성규 감독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참여해서 여전히 후속 촬영을 진행중이다. 특히 하림은 2년에 걸쳐 몽골에 다녀오면서 몽골 음악에 굉장히 심취해 있다. 그래서인지 북아시아 뮤지션들과 앙상블 프로젝트를 계속했으면 하더라.
문화나담축제를 시작한 지 4년이다. 어떤 축제로 성장하길 바라나?
문화나담축제과 함께 표방하는 것이 유목문화축제, ‘노마드 아트 페스티벌(Nomad Art Festival)’이다. 북아시아에서 출발을 했지만, 글로벌 프로젝트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단순히 몽골에서 축제를 만드는 미션이 아니라, 축제 자체가 유목이 되었으면 한다. 축제 자체가 움직여가면서 열리는 것은 흔치 않은데, 몽골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곳을 돌아다니면서 유목적인 성향을 가진 아티스트들과 함께 계속 예술 작업을 해나가는 장이 되면 좋겠다.
메타기획컨설팅 www.metaa.net
1989년 문화기획자 강준혁(현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장)이 설립한 문화공간·예술경영·도시 문화전략·문화예술프로젝트 전문 기업. 춘천인형극제(1989), 안동탈춤페스티벌(1997) 등 한국의 대표적인 축제와 1998 아비뇽페스티벌 한국주간, 베를린 아태주간 문화행사, 북방아시아 유목문화축제 ‘문화나담 축제(Culture Naadam)’ (2008~현재 ) 등을 기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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