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
한국 사회에서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이라는 개념에 더 익숙해져가는 듯하다. 600년 역사를 가졌다는 도시의 개발계획은 역사의 흔적이 지워지는 데 무감하고, 거기 살던 사람의 삶과 마음은 헐값으로 환산되기 일쑤이다. 건축가 고 정기용은 건축이 사람의 삶과 궤를 함께한다는 점에서 예술이나 기술이 아닌 인문 · 사회 영역이라 생각했고, 무주 공공 프로젝트, 기적의 도서관 등 공공건축을 통해 그 생각을 실천했던 대가다. <말하는 건축가>(3월 8일 개봉) 는 대장암 판정을 받고도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자신이 추구하던 건축과 삶에 충실했던 정기용의 마지막 일 년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삶을 창조하는 건축가이자 죽음에 다가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성실하게 담았다. ‘형태가 아니라 삶을 성찰하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강조했던 정기용의 마지막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가 남긴 공간의 따스함은 봄볕을 닮았다. 이 도시에서 자꾸 사라져가는 것이기에 여운이 길게 남는다.
그림 오영욱(재능기부)
건축가,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의 저자. blog.naver.com/nifilw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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