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빅이슈코리아
    • ㆍ소개
    • ㆍ연락처/오시는길
    • ㆍ연혁
    • ㆍ조직도
    • ㆍ빅파트너
    • ㆍ언론보도
  • 빅이슈판매원
    • ㆍ빅판이란?
    • ㆍ판매처/시간
    • ㆍ우리 동네 빅판
    • ㆍ빅판 가변의 법칙
    • ㆍ우리들 이야기
  • 잡지 판매
    • ㆍ목차
    • ㆍ빅이슈 잡지 구매 / 정기구독
    • ㆍ판매처 안내
  • 소셜
    • ㆍ스페셜
  • 엔터테인먼트
    • ㆍ커버스토리
    • ㆍ피플
    • ㆍ패션
  • 재능기부
  • 홈리스인식개선사업
    • ㆍ홈리스월드컵
    • ㆍ더빅하모니(합창단)
    • ㆍ민들레프로젝트
    • ㆍ홈리스발레단
    • ㆍ더빅드림
    • ㆍ봄날밴드
    • ㆍ더빅스마트
    • ㆍ빅이슈퍼레이드/트레인
    • ㆍ수다회
  • 서포터즈
    • ㆍ중고 물품/스마트폰 기부
    • ㆍ온라인 서포터즈
    • ㆍ빅숍신청
    • ㆍ정기구독
    • ㆍCMS

'32호'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2.03.28 봄볕 닮은 건축, 그를 담은 영화
  2. 2012.03.26 위로는 버리고 눈과 귀를 여세요.
  3. 2012.03.22 그 남자의 주방 | 봄 그리고 이사
  4. 2012.03.22 이태석 신부님, 행복이 무엇인가요?
  5. 2012.03.20 32호 <어릴 적 나에게 보내는 편지> To. 스무 살의 종일

봄볕 닮은 건축, 그를 담은 영화

CULTURE 2012. 3. 28. 14:45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

한국 사회에서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이라는 개념에 더 익숙해져가는 듯하다. 600년 역사를 가졌다는 도시의 개발계획은 역사의 흔적이 지워지는 데 무감하고, 거기 살던 사람의 삶과 마음은 헐값으로 환산되기 일쑤이다. 건축가 고 정기용은 건축이 사람의 삶과 궤를 함께한다는 점에서 예술이나 기술이 아닌 인문 · 사회 영역이라 생각했고, 무주 공공 프로젝트, 기적의 도서관 등 공공건축을 통해 그 생각을 실천했던 대가다. <말하는 건축가>(3월 8일 개봉) 는 대장암 판정을 받고도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자신이 추구하던 건축과 삶에 충실했던 정기용의 마지막 일 년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삶을 창조하는 건축가이자 죽음에 다가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성실하게 담았다. ‘형태가 아니라 삶을 성찰하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강조했던 정기용의 마지막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가 남긴 공간의 따스함은 봄볕을 닮았다. 이 도시에서 자꾸 사라져가는 것이기에 여운이 길게 남는다.




그림 오영욱(재능기부)

건축가,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의 저자. blog.naver.com/nifilwag

  • 카카오스토리
  • 트위터
  • 페이스북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33호 사랑, 되로 주고 말로 받다  (0) 2012.04.17
"투표 꼭 해"  (0) 2012.04.10
봄볕 닮은 건축, 그를 담은 영화  (0) 2012.03.28
위로는 버리고 눈과 귀를 여세요.  (0) 2012.03.26
그 남자의 주방 | 봄 그리고 이사  (0) 2012.03.22
이태석 신부님, 행복이 무엇인가요?  (0) 2012.03.22
Posted by 빅이슈 신은경
TAG 32호,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 빅이슈, 잡지, 재능기부
트랙백 0개, 댓글 0개가 달렸습니다

트랙백 주소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위로는 버리고 눈과 귀를 여세요.

CULTURE 2012. 3. 26. 15:32


무딘 촉수를 깨우는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

 
장애인을 담은 다큐에서는 인물의 몸 자체가 관객의
눈물을 노린 스펙터클이 되곤 한다. <달팽이의 별>에
그런 ‘최루성 위로’는 없다. 주인공이 별을 바라본다면
우리도 함께 그 별을 보게 되는 영화다.

‘장애인’이 등장하는 휴먼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볼 때마다, 나는 심경이 복잡해진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고단한 삶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척박한 우리의 환경 때문만도 아니다. 많은 부분, 내 복잡한 심경의 이면에는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과연 온당한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맴돈다. 쉬운 말로 저들도 저렇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얼마나 오만한가, 따위의 태도를 얘기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 속에서 장애인은 나의 삶에 용기를 불어넣는 일종의 핑계로 작용한다. 장애를 가진 삶이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 가늠해보려는 게 아니라, 그들을 동정하고 있는 내게 여전히 측은지심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는 데 장애를 동원하는 셈이다. 재난 영화를 보며 나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처럼, 장애인의 삶이 어쩌면 비장애인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한 또 다른 방식의 스펙터클로 전시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승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3월 22일 개봉)을 보러 갈 때도 내게 그런 기우가 있었다. 막연하게 장애인 부부의 사랑을 담은 작품이라는 정보만 들었을 때, 나는 이 영화 역시 장애를 통해 비장애인을 위로하려는 영화가 아닐까, 혹은 장애인의 인권 확장을 힘주어 말하는 계몽적 발언의 연장선에 놓인 영화는 아닐까, 내심 걱정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기우였다. <달팽이의 별>은 감독 이승준이 그의 카메라가 포착한 인물들에게 얼마나 겸손하게, 또 얼마나 성찰적으로 다가가려 애썼는지를 상영 시간 85분 내내, 조용하고도 힘차게 웅변하고 있었다. ‘인간극장’류의 TV 휴먼 다큐에서 너무나 숱하게 봐왔기에 장애를 담은 작품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방식, 그러니까 인물들의 글썽이는 눈물을 클로즈업하고, 그리하여 객석에 편리한 눈물을 선사하려는 시도를 이 작품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시청각 장애인 조영찬 씨와 척추 장애인 김순호 씨가 일구는 일상의 단면을 툭 포착한 채, 거기에서 그들이 감각하는 세계를 가늠하려 애쓴다.
 
이 지점에서 영화 속의 인물과 관객 사이에는 기묘한 감각의 역치 현상이 벌어지는데, 이를테면 온전한 시청각을 보유한 나는 조영찬 씨를 보고 있는데,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조영찬 씨는 내가 보지 못하고, 내가 듣지 못하는 또 다른 감각의 세계를 내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파도 소리를 들으려 애쓰고 빗물을 느껴보려 애쓴다. 조용히 나무를 껴안는다. 그리고 나무와 말 없는 대화를 나눈다. 그것을 조근조근 자신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그의 사랑하는 아내 김순호 씨에게 말해준다. 나무랑 데이트하는 게 재밌느냐고 묻는 아내를 이끌어 함께 데이트하자고 말하듯, 이 영화 속의 조영찬 씨는 감각이 있는 자들이 감각하지 못하는 세계, 그것의 실존을 확인시켜주며 같이 들어보지 않겠냐며, 같이 느껴보지 않겠냐며 말한다.
 
장애를 가졌다는 것은 분명히 비장애인들을 위해 설계된 세상에서 불편을 감수해야 함을 말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거꾸로 비장애인들이 감각하지 못하는 어떤 차원의 것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베란다 틀 밑으로 흐르는 빗물을 손가락으로 느껴보는 그 느낌, 서로 몸을 부딪히며 서걱이는 나뭇잎의 감촉.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비장애인들은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청각을 온전히 보유한 이들의 감각이 지나치게 무뎌진 사이, 그러니까 너무나 많은 자극들에 의해 닳고 닳아 버린 사이, 그는 아주 작은 순간의 어떤 것을 세밀하게 감각한다. 그리고 그
미시적 감각의 세계 안에서 우주를 본다. 재론컨대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은 장애를 동원해 비장애인을 위로하는
영화가 아니다. 시청각 장애인과 척추 장애인 부부가 함께 기대어 만들어낸 촉수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시야의 확대, 청각의 확대,  촉각의 확대를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이 다큐멘터리가 가진 가장 강렬한 특별함이다. 조영찬 씨는 말한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보지 못했지만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다.” 


글 최광희(재능기부)

영화 저널리스트. YTN 기자, 영화주간지 <FILM 2.0> 온라인 편집장을 지냈다. 부산 MBC

<시네마월드>, YTN <영화이야기> 등을 진행하며 각종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대중문화 웹진

3M흥업(three-m.kr)을 운영 중. @cinemAgora



<달팽이의 별>

감독 이승준 출연 조영찬 김순호 러닝타임 85분 등급 전체관람가

 
  • 카카오스토리
  • 트위터
  • 페이스북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표 꼭 해"  (0) 2012.04.10
봄볕 닮은 건축, 그를 담은 영화  (0) 2012.03.28
위로는 버리고 눈과 귀를 여세요.  (0) 2012.03.26
그 남자의 주방 | 봄 그리고 이사  (0) 2012.03.22
이태석 신부님, 행복이 무엇인가요?  (0) 2012.03.22
평등 결혼식  (0) 2012.03.13
Posted by 빅이슈 신은경
TAG 32호, 달팽이의 별, 빅이슈, 영화, 이승준, 잡지, 재능기부
트랙백 0개, 댓글 0개가 달렸습니다

트랙백 주소 :

댓글을 달아 주세요

그 남자의 주방 | 봄 그리고 이사

CULTURE 2012. 3. 22. 14:27

나는 계절이 바뀌는 이맘때쯤 기분이 가장 좋다. 이맘때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많이 가는 것도 내가 기분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이사라는 게 번거롭고 귀찮은 것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사가 많은 이 시기는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이 집들이 요리로 고민이 많을 때다. 
그럴 때 아주 간단하고 쉽게 폼 나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비싼 재료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려운 조리법도 아니다. 봄만큼이나 상큼한 오이를 이용한 냉채를 만들어보자. 집들이도 좋고 아니면 또 어떠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상큼한 봄을 입 안 가득 맛보라.


Recipe


Ingredients

오이 1개, 핑크새우 1줌, 파프리카 색깔별로 반 개씩, 사과, 배 1개씩, 천일염 약간

 

How to do it

01 오이를 길이대로 필러로 얇게 포를 뜨듯이 준비한 뒤 굵은 소금을 뿌려 숨을 죽인다.

02 새우는 살짝 데치고 사과, 배, 파프리카는 길이를 맞춰 썬다.

03 연겨자 3큰술, 간장 반 큰술, 마요네즈 1큰술, 설탕 1큰술, 레몬즙 1큰술을 넣어 연겨자 소스를 만들고 이때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조절한다.

04 숨이 죽은 오이를 흐르는 물에 씻어 소금기를 제거하고 속재료를 넣어 돌돌 말아주면 완성.

 

Tip

01 사과와 배는 채를 썬 뒤 설탕물에 담가 두면 갈변을 막을 수 있다.

02 새우 대신 닭가슴살을 삶거나 구워서 속재료로 써도 된다.

03 드레싱에 갈은 깨나 참기름을 살짝 넣어도 좋다.

 

글·사진 김현학(재능기부)
출처 빅이슈코리아 32호 
 
* 스타일을 담는 남자 김현학은?

한국의 제이미 올리버로 불리는 푸드디렉터 김현학은 음식을

통해 다양한 삶의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철학을 전공한

평범한 회사원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변신한 특이한

경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음식엔 철학과 이야기가 담겨

있고 또한 세련된 느낌과 따스함을 지닌 요리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iamfoodstylist> 편집장이자 교수, 스타 쉐프로 광고

모델, 방송 출연과 강의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www.kimhyunhak.com

@kimhyunhak

 
  • 카카오스토리
  • 트위터
  • 페이스북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볕 닮은 건축, 그를 담은 영화  (0) 2012.03.28
위로는 버리고 눈과 귀를 여세요.  (0) 2012.03.26
그 남자의 주방 | 봄 그리고 이사  (0) 2012.03.22
이태석 신부님, 행복이 무엇인가요?  (0) 2012.03.22
평등 결혼식  (0) 2012.03.13
내 아이에게 학교는 행복한 곳인가?  (0) 2012.03.13
Posted by 빅이슈 신은경
TAG 32호, 그 남자의 주방, 김현학, 빅이슈, 잡지, 재능기부
트랙백 0개, 댓글 0개가 달렸습니다

트랙백 주소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태석 신부님, 행복이 무엇인가요?

CULTURE 2012. 3. 22. 14:23


딸랑딸랑, 늦은 밤, 식당 현관의 종이 울렸습니다. 행복 식당의 첫 손님입니다. 누구실까요?
“잠시 내려왔습니다. 어두운 밤거리를 환하게 밝히는 곳이 있어서요.” 
그렇게 말하며 손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손님은새카맣게 탄 얼굴로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런데
손님이 왠지 낯설지가 않습니다. 저는 손님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봅니다.
 
“앗, 이태석 신부님 아니세요?”
“허허허, 어떻게 금방 알아보시나요? 저는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아닌데요.”
이태석 신부님은 넉넉한 웃음으로 제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신부님이 나온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를 보고, 대한민국 전체가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너도 나도 앞다투어 아프리카 수단으로구호 물품을 보냈지요. 아무도 가지 않았던 의료 봉사를 자청하는 사람도 있고, 또 톤즈에 더 좋은학교 시설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브라스 밴드도여전히 활동 중에 있고요.”
“고맙군요. 모두 고맙기만 합니다.”
“그런데요, 저… 이런 말씀 드리기 뭐 합니다만, 신부님, 죽지 않으셨어요? 지금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하하하, 들켰네요. 저의 육신은 죽었습니다. 그건 분명하고요. 그렇지만 지금은 이런 모습이지 요.”
 
이태석 신부님은 자신의 등을 가리켰습니다. 그러자 날개 두 개가 등에서 활짝 펼쳐졌습니다. 식당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란 날개였지요.
“저는 지금 천사입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이런 모습으로 지구를 돌아다니고 있지요.”
“멋지십니다! 혹시 남는 깃털 있으면 하나만 주시면 안 될까요?”
“허허허, 천사의 날개가 닭털처럼 잘 빠지지는 않습니다만….”
“아참, 내 정신 좀 봐.” 하고 저는 얼른 주방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이태석 신부님께 드릴 국수를 끓이려고 냄비에 물을 부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을 만나면 제가 꼭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살아 계실 때 정말 행복하셨나요?”
“그걸 왜 물어보시나요?”
“세상에는 행복한 척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거든요. 겉으로는 밝게 웃으면서 사람들을 만나지만, 마음 깊은 곳은 병이 들어 자살을 하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요. 다큐멘터리를 보니 신부님이 아프리카 수단에서 엄청나게 힘들게 사셨던데요. 전염병과 모기와 가난과 혹독한 노동을 하셨잖아요. 저는 신부님의 솔직한 고백을 듣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도 좋지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면 행복할 수가 없는 거 아닌가요?”
이태석 신부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제가 아프리카 수단에 갔을 때 거리에는 구걸을 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손을 내밀며 무엇을 달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기브 미 어 머니?” 신부님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기브 미 어 펜!” 아이들은 펜을 달라고 소리쳤습니다.
저는 다시 물었지요. 펜을 얻어서 뭘 하려고 하느냐고요. 그러자 아이들이 대답했습니다.
“공부할 거예요! 공부하고 싶어요!”
“공부를 왜 하고 싶은 걸까요?” 저는 신부님에게물었습니다.
“희망 때문이지요. 공부를 한다는 것은 희망을 갖는다는 의미지요.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사람은 절망에 빠지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수단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가난하고 힘든 나라지만, 우리나라보다 자살률은 훨씬 낮습니다. 그것은그 나라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부님,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가지라는 것만큼 쓸모없는 말이 없지 않나요? 굶주려서 당장 죽을 지경인 사람에게 돈을 벌어 밥을 사 먹으라는 말 같은 것 아닌가요? 그건 허황된말입니다.”
저는 솔직하게 신부님에게 질문했습니다. 기분이나쁠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신부님은 또 한 번 환하게 웃었습니다.
“아이들은 공부를 왜 하고 싶은 걸까요? 공부에 대한 희망은 자신을 쓰임새 있게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쓰임새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려는 건 자기 자신만 잘 살려는 것이 아니지요. 자신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해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지요. 자기 혼자 잘 살겠다는 마음이었다면, 아이들은 금방 지쳐서 공부를 포기했을 것입니다.”
신부님은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신부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말씀 한 마디 한 마디는 제 가슴을 찌르는 것만같았습니다.
 
“행복은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목적을 정해놓고 열심히 산다면, 그 삶은 행복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집중하고 노력한다면, 그 삶은 행복합니다. 내 자신이 이 세상에서 쓰임새가 있다고 여겨진 다면, 그 삶은 행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따뜻한 국수를 정성껏 만들어 신부님 앞에 내놓았습니다. 신부님은 아주 맛있게 국수를 드셨습니다. 나는 행복했습니다. 내 볼품없는 국수가 신부님을 행복하게 해준 것 같아서요.
 

글 서지원(재능기부)

동화 작가, 소설가. 유쾌한 입담과 기발한 상상력과 즐거운 엉뚱함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꾼이다.
1989년 〈문학과 비평〉에 소설로 등단한 후, 신문사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 등을 거쳐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00권이 넘는 책들을 썼으며, 예스24와 교보문고 등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move68@hanmail.net
그림 배현정(재능기부)  
출처 빅이슈코리아 32호 

  • 카카오스토리
  • 트위터
  • 페이스북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로는 버리고 눈과 귀를 여세요.  (0) 2012.03.26
그 남자의 주방 | 봄 그리고 이사  (0) 2012.03.22
이태석 신부님, 행복이 무엇인가요?  (0) 2012.03.22
평등 결혼식  (0) 2012.03.13
내 아이에게 학교는 행복한 곳인가?  (0) 2012.03.13
도전 무한지식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사실들에 대해서)  (0) 2012.02.29
Posted by 빅이슈 신은경
TAG 32호, 빅이슈, 이태석 신부, 잡지, 재능기부
트랙백 0개, 댓글 0개가 달렸습니다

트랙백 주소 :

댓글을 달아 주세요

32호 <어릴 적 나에게 보내는 편지> To. 스무 살의 종일

이벤트/독자 참여 2012. 3. 20. 11:58



To. 스무 살의 종일 
 

오늘 내가 너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선택에 대한 이야기야. 실패와 성공은 크게 다르지 않아. 사회적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부류를 볼 때 그들은 놀라운 재능이 있거나 특별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지. 그런데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그들도 평범한 사람들이거든. 그들의 특별함은 결과적으로 노력이었지 남들보다 높은 지능이나 특별한 창의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어. 많은 노력을 통해 이뤄낸 것이고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난 후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지. 그들의 공통점은 어려움을 딛고 ‘일어났다’는 거야.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는 성공과 반대 개념이지만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야. 실패가 두렵다고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은 없는 거지.
 
고등학교 졸업 후 대입에 실패하고 재수를 결정한 너는 네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했겠지. 낙오자와 같은 심정이었을 거야. ‘일 년 아무것도 아니야, 대학 들어가면 더 늦은 사람도 있고 사회에서 일 년 차이는 별거 아니니 실망하지마, 너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어’라고 재수를 경험한 선배들은 많은 조언과 격려를 해주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어.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재수라는 이름의 실패는 아픈 경험이기는 했어도 삶에 백신을 맞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삶이란 네가 직면한 대입 실패보다도 더 큰 실패를 직면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 나는 그보다 더 중요한 선택이 너의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부모님은 늘 그러셨듯이 재수를 하겠다는 너의 결정을 존중해주셨지. 그런 부모님이 너를 방치하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했겠지만, 20여 년이 지나 돌이켜 보니 그건 너를 향한 부모님의 믿음이었어. 덕분에 다른 또래에 비해 앞날의 가능성과 희망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의 너를 만들 수 있었거든. 그렇지만 넌 그런 환경에서도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아. ‘내가 잘 하는 건 무엇일까’를 생각한 건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십 년이나 하고 난 후였으니 말이야.
 
네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이 일을 시작한 건 서른한 살 때였어. 만약 스무 살, 그 당시에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선택의 시기는 좀 더 빠르지 않았을까. 여러 생각과 고민이 많은 시기지만 고민에는 미래에 대한 진지함이 필요하고, 무엇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은 너무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네가 가장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부터 생각하면 되거든. 삶을 살아가며 많은 실패의 순간들을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동시에 선택의 순간들도 너를 찾아오겠지. 네가 처음 경험한 대입 실패 후 재수를 결정한 것처럼. 어떤 일을 할 때 ‘이게 안 되면 난 죽음이다’라는 식의 올인은 하지 않길 바란다. 최악의 경우가 나오더라도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을 가져야 해. 물론 실패하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은 없어. 그렇지만 대비하지 않은 실패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야. 최선을 다한 실패는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고 적어도 그 전의 실패의 방법을 답습하지 않게 하는 노하우가 되고, 노하우는 곧 성공의 노하우로 연결이 되거든.
 
지금 누군가 내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대답 할 수 있어. 나의 이런 대답에 ‘뽀로로’라는 캐릭터로 성공했기 때문에 행복한 것은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아. 물론 ‘뽀로로’가 내 행복감을 플러스 알파가 되게 해줄 수는 있겠지만 난 ‘뽀로로’를 만들기 이전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미 행복했거든. 가끔 아쉽기는 해. 스무 살, 그때의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했더라면 지금 느끼는 이 행복감을 더 빨리 알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이다.
 
종일아!
실패가 너를 패배자로 만들도록 놔두지 마렴. 그 실패를 발판 삼아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선택을 할 때는 정말 네가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찰을 하렴. 그리고 너의 선택에 확신을 갖기를 바라. 지금의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도록.

From. 행복한 종일

글 최종일(재능기부) 

소속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회장)

수상내역

2008 대한민국캐릭터대상 대통령상

2007 대한민국캐릭터대상 대통령상

2006 대한민국캐릭터대상 대통령상 
그림 박정은(재능기부)
출처 빅이슈코리아 32호 

 
  • 카카오스토리
  • 트위터
  • 페이스북

'이벤트 > 독자 참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호 <어릴 적 나에게 보내는 편지> To. 미향  (0) 2012.04.23
33호 <나의 첫> '면접'  (0) 2012.04.13
33호 <어릴 적 나에게 보내는 편지> To. 임순례  (0) 2012.04.13
32호 <어릴 적 나에게 보내는 편지> To. 스무 살의 종일  (0) 2012.03.20
32호 <나의 첫> 나의 첫 '개봉'  (0) 2012.03.20
[당신의 이야기] 독자 우체통  (0) 2011.03.20
Posted by 빅이슈 신은경
TAG 32호, 빅이슈, 뽀로로, 어릴 적 나에게 보내는 편지, 잡지, 재능기부, 최종일
트랙백 0개, 댓글 0개가 달렸습니다

트랙백 주소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전 1 2 다음

블로그 이미지

전세계 10개국 14개 도시에서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 가는 길거리 잡지 빅이슈! 판매가의 50% 이상이 잡지를 판매하는 홈리스에게 돌아갑니다. ☎ 02-2069-1135 info@bigissue.kr

by 빅이슈코리아

Total
3,239,985
Today
12
Yesterday
11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306)
빅이슈코리아 (408)
회사소개 (2)
연혁 (1)
언론보도 (363)
빅파트너 (1)
빅이슈 판매처 (1)
광고문의 (2)
채용정보 (16)
오시는 길 (1)
후원해주신 분들 (4)
뉴스레터 (11)
English (0)
빅이슈 온라인 샵 오픈 (1)
THE BIG ISSUE KOREA MAGAZINE (123)
바로잡습니다 (4)
빅이슈판매원 (61)
우리 동네 빅판 이야기 (47)
우리 동네 빅판 영상 (5)
빅판 가변의 법칙 (6)
꿈꾸는 빅판 (1)
우리들 이야기 (2)
홈리스인식개선사업 (219)
홈리스월드컵 (102)
더빅하모니(합창단) (1)
민들레프로젝트 (8)
홈리스발레단 (1)
더빅드림 (1)
봄날밴드 (1)
빅돔 & 떼빅돔 (23)
수다회 (64)
코디네이터 통신 (18)
인터뷰 (169)
Cover Story (127)
Cover Story Video (10)
People (32)
이벤트 (58)
이벤트 응모 (18)
이벤트 당첨자 발표 (17)
독자 참여 (20)
SOCIAL (61)
Special (56)
World lssue (5)
CULTURE (66)
Fashion (1)
셰프의 테이블 (1)
소설 창작 의뢰소 (3)
여러분의 이야기로 소설을 써.. (2)
PRESS&VIDEO (97)
빅이슈 동영상 (58)
서포터즈 (4)
온라인서포터즈 (1)
중고물품후원 (1)
빅숍신청 (1)
정기구독 (1)
@bigissuekorea 님의 트윗
rss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