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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g Issue Korea'에 해당되는 글 27건

  1. 2012.10.15 빅이슈코리아 46호 The Big Issue Korea No.46 (2012년 10월 15일자)
  2. 2012.10.10 45호 2012 멕시코시티 홈리스월드컵 이야기 ①
  3. 2012.10.08 45호 <어릴 적 나에게 보내는 편지> To.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의 석훈
  4. 2012.10.01 빅이슈코리아 45호 The Big Issue Korea No.45 (2012년 10월 1일자)
  5. 2012.09.26 [우리 동네 빅판] 이화여대 정문 빅이슈 판매원

빅이슈코리아 46호 The Big Issue Korea No.46 (2012년 10월 15일자)

THE BIG ISSUE KOREA MAGAZINE 2012. 10. 15. 13:14


ABOUT          

04 당신의 이야기

06 나의 첫 ‘조카님’

07 어릴 적 나에게 보내는 편지

소설가 신용우

08 김선욱의 행복 철학

09 김은성의 일상다반사

10 People

배우 이시언

13 서울을 그림

14 Cover Story

배우 유선

20 People

감독 장희철

23 홈리스월드컵 이야기

24 Special

서해의 빛나는 섬 굴업도

30 사회공헌 리포트

32 History

45 지구별 행복 식당

46 우리 동네 빅판

구로디지털단지역 3번 출구 빅판

47 스트리트 고민 상담실

48 In The Big Issue


CULTURE ROLL          

34 Movie

36 On Air

37 Stage

38 Music

40 Book

42 Travel

44 Cook & Food


※재능기부로 진행되는 콘텐츠는 《빅이슈》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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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 2012 멕시코시티 홈리스월드컵 이야기 ①

SOCIAL/World lssue 2012. 10. 10. 14:43

2012 멕시코시티 홈리스월드컵 이야기 ①

스파이가 이중스파이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10월에 열릴 2012 멕시코시티 홈리스월드컵에 앞서 8월 29일 서울에서 한일 홈리스 축구팀 교류전이 열렸다. 호시노 씨가 ‘도모다치’라 별명을 지어준 이민수 빅이슈 판매원(서울대입구역)과 경기를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글 호시노 도모유키(재능기부) 

번역 서경희(재능기부) 

사진 김상준(재능기부)


이 보고서는 일본어로 소설을 쓰는 일이 본업인 나, 호시노 도모유키가 서울에서 벌인 스파이 활동 내용이다.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까닭은 이 보고서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나의 임무는 빅이슈코리아가 주최하는, 8월 말 서울에서 열릴 한일 홈리스(Homeless, 주거취약계층) 축구팀 교류전을 대비하기 위해(글쓴이는 2012년 6월과 7월 동안 한국 대표팀의 연습경기에 참가하였다.-편집자주) 한국 홈리스 축구의 실정을 몰래 조사하는 것이었다. 영등포공원 내 풋살경기장에서 진행된 연습에 내가 처음 참가한 날은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만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6월의 어느 수요일이었다. 인조 잔디 속 검은 고무 충전재가 강렬한 햇볕에 달궈져 뜨거웠다. 극심한 열기 때문에 일본에서 가져온 신발의 고무 부분이 녹아 밑창이 떨어져버렸다.(이후 명동에서 새 신을 샀다) 이미 모여 있던 10명 안팎의 아저씨들과 몇 명의 청년들이 가벼운 워밍업을 겸해 골대를 향해 슈팅 동작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우선 선수들이 이렇게나 많이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도쿄에서는 5명 정도 모이면 괜찮은 편이었다. 그것도 보통 자원봉사자나 스태프 쪽이 더 많았다. 연습 전 미팅이 시작됐다.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함께 와준 사카모토 치즈코 씨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아온 사회학자인 사카모토 씨와는 이때 처음 만났다. 내가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트위터에 요구르트 만드는 방법을 올렸을 때 질문을 해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사카모토 씨였다.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서 그녀의 트윗을 봤더니 ‘빅이슈’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빅이슈》를 알고 있다면 홈리스 축구에도 관심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 ‘심심풀이로 가보실래요?’, ‘가는 김에 통역을 부탁 드려도 될까요?’라며 억지로 초대한 것이다. 그 후 사카모토 씨는 축구 연습에 참가하게 됐다. 사람과 융화되는 그녀의 능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감격의 순간은 연습이 시작된 이후 찾아왔다. 아무렇지도 않게 선수 아저씨들이 차례로 나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다. 사카모토 씨는 경기장 바깥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통역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아는 한국어 단어를 동원해 무언가를 말했다. 물론 대화는 제대로 오가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주고받는 것이 기뻤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거야, 이거야말로 홈리스 축구야!’라고 외쳤다.


나는 도쿄에서 일본의 《빅이슈》 기금이 주관하는 홈리스 축구 ‘노부시재팬’(일본의 홈리스 축구 남자대표팀) 프로젝트에 2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다. 친구의 권유로 가봤는데, 소통이 잘 되는 듯해 기분이 좋았다. 입장이나 처지가 다른 사람들이, 상대에 대해 모르는 채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하면서 기뻐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거기에는 홈리스라든가, 후원자라든가 하는 경계는 없었다. 단지 모두가 축구를 하고 있는 동료일 뿐이었다.매월 한두 차례 얼굴을 대하면서 점차 친해졌다. 서로의 성격도 조금씩 알게 됐다. 눈에 보이는 것은 축구 동료인 한 친구의 얼굴이지, ‘홈리스’라는 일반적인 이미지에서 상상되는, 자못 흔해빠진 모습이 아니었다. 이렇게 홈리스든, 직장인이든, 실업자든, 은둔형 외톨이든, 노인이든,청년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떤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든, 서로 선을 긋지 않은 채 누구라도 스스럼없이 축구를 한다. ‘이런 공간이 있다면 삭막한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질 텐데’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길 위 안식처로서의 축구를 어떻게든 넓혀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길거리 축구 정신이 한국의 아저씨 선수들에게 넘치고 있었다. 한 팀이 돼 패스를 주고받다가 내가 잘하면 선수들은 일본어로 ‘스바라시!(대단하다)’라고 말해주고, 선수들이 잘하면 내가 한국어로 ‘좋아요!’라고 말해주었다.


매주 참가하면서 선수들 각각의 캐릭터도 알게 됐다. 모두 강렬한 개성을 지닌, 별난 사람들뿐이었다. 나는 몰래 서부극에 나올 법한 별명을 붙이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왼발로 정확하고도 강한 슛을 날리는 것이 특기인 젊은 선수 ‘레프티 스나이퍼(Lefty Sniper)’, 자식이 있는 판매원 ‘아빠’, 계속 개그를 하며 분위기를 띄우지만 절대로 뛰지는 않는 ‘개그맨’(나와 모자를 교환했다), 빨간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슈팅 연습 시 골키퍼를 맡고 있는, 일본어에 밝은 ‘도모다치’(‘친구’라는 뜻), 작년에 열린 파리 홈리스월드컵에서 중심 멤버로 활약한, 밝고 힘찬 ‘캡틴’, 항상 윗옷을 벗어 그 탄탄한 육체를 자랑하는 파리 대회 멤버 ‘몸이 좋아요’ (실제로 절반의 선수들이 윗옷을 벗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하얀 탱크톱’(최근 더 멋진 자전거로 바뀌었다), 야구를 좋아해 ‘이치로’를 계속해서 외치는, 눈이 큰 ‘귀공자’, 볼록한 배로 적을 압박하는 파리 대회 멤버 ‘고마노’(일본 축구선수 ‘고마노 유이치’와 닮았다), 자신만의 페이스로 내킬 때만 공을 좇는 ‘슬리피 아이즈(Sleepy Eyes)’, 파리 대회에 참가했던 젊은 선수로 포르투갈 유니폼을 입고 있는 ‘우아한 이글(Eagle)’, 난처한 듯한 얼굴로, 실제로 언제나 난처해하는 코미디언 ‘아즈마 하치로’(이런 이름의 일본 코미디언과 쏙 닮았다)까지.


연습은 꽤 본격적으로, 고교 클럽활동처럼 힘들었다. 하반신 단련 기초 훈련은 마흔일곱 살인 내가 따라가기에는 어려웠다. 그러나 조현성 코치는 홈리스들의 생존에 체력 증진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훈련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덕분에 연습을 거듭할수록 내 하반신도 단련돼가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일본에서 축구를 하면 아팠던 엉덩이가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된 것이다. 홈리스뿐만 아니라, 평소 책상 앞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 작가가 생존하기 위해서도 이 훈련은 필요했던 것이다. 코치님, 고맙습니다! 조현성 코치는 아주 시원시원한 사람으로, 차별 대우 없이 나를 선수의 일원으로 대해주었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호시노, 오른쪽!’, ‘호시노, O.K.!’라는 식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었기 때문에 선수들 모두가 금방 내 이름을 외워주었다. 이런 공정한 감각, 누구든 같은 위치의 한 인간이라는 감각, 이것이야말로 홈리스 축구다.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조현성 코치가, 나와 같은 감각을 지닌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언어가 통했다면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웠다. 일본과 크게 다른 부분은 몸싸움 훈련이었다. 상대가 부딪쳐 와도 피하지 않고 멋지게 제친 후 슈팅을 하는 연습으로, 한국 팀 선수들은 이 훈련을 매우 좋아했다. 공을 제쳐놓고 몸을 부딪친다. 한국 축구의 원천을 보는 것 같았다. 실제로 미니 게임에서조차 상대에게 강렬하게 부딪혀, ‘내가 한국에서 축구를 하고 있구나’ 하고 감격에 젖었다. 길을 걸어도 지하철을 타도 다른 사람과 금방 부딪힐만큼,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곳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노부시재팬’ 선수들은 부상 때문에 연습에서든 경기에서든 심한 몸싸움은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한국 팀의 몸싸움을 겪은 후, ‘부딪힘에 익숙해지는 편이 오히려 부상을 피하는 방법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됐다. 일본에서는 무슨 일에서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쉽게 신중해진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위험을 바탕으로 돌진한다. 이 사회가 활기찬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일본의 홈리스 축구 선수들과는 허물없이 지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홈리스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일본인들은, 모르는 사람들과 터놓고 얘기하는 것에 서툴다. 반면 한국의 홈리스 축구 사람들은 모두 붙임성 있게 말을 걸면서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이런 곳이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 하자센터의 젊은이들이 참가한 적이 있었다. 축구를 아주 좋아하는 청년들이라 경기는 무척 활기찼지만, 홈리스 선수들과는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고, 그날로 인연을 끝내버려 아쉬웠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는 편하게 선수들과 장난도 칠 수 있지만,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오히려 말을 걸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 사이를 가르지 않는 공간으로서의 홈리스 축구를 실현하고 싶지만, 나이, 사회적 입장, 성별 등의 틀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시간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홈리스 축구에 참여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이나 처지를 떠나 서로 어우러져 축구를 하고, 이것이 반복되면 경계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귀국 전 마지막 연습에서, 그동안 잘 대해주신 것에 대한 답례로 선수들과 스태프들에게 내가 쓴 소설, <오레오레>를 증정했다. 그리고 나는《빅이슈》 티셔츠와 배낭을 선물 받았다. 일본 측 스파이로 시작했는데, 무심코 ‘올해 홈리스월드컵 멕시코 대회에 한국 팀 선수로 나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내 마음은 완전히 한국 팀의 일원이 돼 있었다. 그러한 연유로 나는 어느 쪽의 스파이인지 헷갈리게 돼 본인의 역할을 망각하고야 말았다. 아마도 나는 한국에 올 때마다 홈리스 축구라는 안식처에 계속해서 얼굴을 내밀게 될 것이다.B


호시노 도모유키(Hoshino Tomoyuki)

소설가. 2010년 작품 <오레오레>(2012, 은행나무)는 ‘오에겐자부로상’을 수상하였다. 일본 홈리스 축구팀 ‘노부시재팬’에서 재능기부 스태프로 활동 중.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취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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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 <어릴 적 나에게 보내는 편지> To.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의 석훈

이벤트/독자 참여 2012. 10. 8. 14:14



글 우석훈(재능기부) 

그림 박정은(재능기부)

출처  빅이슈 45호


이 편지를 네가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 나는 미래의 너야. 이제는 아저씨가 됐고. 과거의 한 시점에 편지를 쓰라는데, 가장 생각나는 게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시절이었어. 너도 알잖아, 학교에는 가기 싫고, 학교에서는 되바라졌다고 하루도 매를 안 맞고 오는 날이 없을 정도였지. 지금 생각해보니 되바라진 게 아니라, 그냥 순진무구했던 거야.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알랑방귀’ 뀌는 걸, 우린 그때나 지금이나, 할 줄 모르잖아? 괜찮아, 먹고사는 데 지장 없으니까.


아마 이 편지가 올바른 시점에 배달이 된다면, 넌 지금 서원평이 역천행의 장풍에 맞아 순식간에 죽어버리고 자의소녀가 옆에서 결심하는 페이지를 읽고 있을 거야. 그 순간이, 글쎄 지금 와서 돌이켜봐도 우리의 삶에는 제일 중요한 장면일 것 같아. 그게 책을 읽다가 처음 눈물을 흘린 순간이었으니 말이야. <군협지>, 요즘은 거의 안 보는 무협소설이지만, 대만의 <중앙일보>에 오랫동안 연재됐던 소설이지. 그때 마음 같아서는 와룡생의 다른 책을 찾아서 봤을 것 같지만, 마흔다섯이 되도록 다른 책은 보지 못했네. 아, 무협지를 수백 권 읽은 적이 한 번 더 있었는데, 그건 고 3 대학 입시를 끝내고 놀던 시절이었어.


무협지 대신에 SF를 좀 더 보게 되는데, 프랑크 허버트의 <듄>은 박사과정에,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은 세 번째 책을 출간하고 네 번째 책을 준비 하는 기간에 보게 돼. 그렇지만 지금 네가 지금 당장 그걸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인생에 중요한 책들은 결국은 그 기간이 돼야 보게 되나 봐.


아마 <군협지>를 접게 되면 그때부터 방학 내내 100권 가까운 소설책을 읽게 될 테지. 하루에 두세 권씩, 긴 겨울방학 내내 소설책만 보게 될 건데, 그건 네가 한 가장 좋은 선택이 된단다. 아마 아빠는 “이 미친놈아” 하고 틈틈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공부 좀 해라” 그러고 가실 텐데, 그런 말은 들을 필요 없어. 뭐, 어차피 안 들을 테지만. 이후에 지내보니까, 그 시절에 네가 읽었던 그 소설들이 지금은 내용의 단편들만 기억이 나고, 제목도 잘 기억나지 않네. 어차피 한문 제목이라서 제목도 잘 모르고 읽었잖아? 그러나 그때의 난독, 정말 잡히는 대로 읽었던 덕분에 나중에 내가 밥은 먹고 살게 됐어. 뭐, 문학성, 그런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니고. 어쨌든 그때 읽었던 소설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렇게 읽으면서 가슴속에 상상이 자리 잡을 수 있던 그 감성 덕분에, 요즘 네가 밥은 먹고 살아. 글쎄, 이 편지를 쓰기 직전에, 작업하던 소설의 3분의 2정도를 막 끝냈어. 평생, 아주 많은 글을 쓰게 될 거야. 그 출발이, <군협지>를읽고 눈물을 흘리면서 몇 달 동안 서원평이 죽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그 생각만 했던 바로 그거 같아. 아마 그 순간이, 우리가 어른이 돼가던 첫 출발점이었던 것 같아.


내 기억이 맞는다면, 너는 장래 희망도 없고, 꿈도 없을 거야. 영악한 소년이 었으니까, 학교에서 써내라고 하는 장래 희망 칸에 외교관 같은 걸 쓸 텐데, 어차피 그건 우리의 꿈이 아니었고, 정말로는 그런 게 되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잖아? 꿈이 없는 게, 그게 바로 우리야. 그때부터 지금까지, 실제로 우리는 꿈을 가져본 적도 없고, 장래 희망은 물론이고, 미래에 원하는 게 없을 거야. 그 대신, 그 순간의 감성에 푹 빠져서, 눈물을 많이 흘리고, 웃음도 많이 웃고, 멍하니 있는 걸 가장 싫어하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요즘은 그걸 ‘공감 능력’이라고 하는데, 그런 걸 키웠던 것 같아. 꿈 따윈 필요 없어, 그렇게노트에 썼던 거 기억나니? 그 후에 수십 번을 더 쓰게 돼. 연초에 냈던 에세이집에, 거기에도 그렇게 썼어. 정말이지, 꿈 따위는 필요 없지, 살아보니까 그렇더라고.


자, 네가 고등학교에 가면, 앞으로도 선생님들한테 수없이 맞을 거야, 어쨌든 우리는 군사정권 시절을 보내는 중이니까.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 때리면 안 된다는 얘기는, 앞으로 한참이 지나야 나와. 엉덩이에 피가 엉겨 붙어서 나중에 물로 떼어내는 고생은 몇 번 더 할 텐데, 뭐. 괜찮아, 그걸로 병신이 되지는 않아. 하여간 군사정권 시절의 일부 남자 선생님들은, 구타 전문가들이니말이야. 한 가지만 부탁하자. 방이 추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서 책을 볼텐데, 어지간하면 앉아서 책을 보면 고맙겠네. 그때 허리가 안 좋아져서, 지금도 가끔 과로하면 고생이야.


한 가지만 미리 말해줄게. 연애, 앞으로도 어려울 거야. 진짜 연애는 서른 넘어서 겨우 하고, 그때 결혼을 하게 돼. 늦었지만, 지난달에 아이가 태어났어. 성별? 비밀이야. 어쨌든, 긴긴 겨울 내내, 소설책 열심히 읽기 바라. 그 덕에, 미래에도 너는 그냥 세끼 밥은 꼬박꼬박 먹고 살게 돼. 자, 건투! B



우석훈

경제학자

소속 성공회대학교(외래교수)

학력 파리 제10대학교대학원 경제학 박사

경력 타이거픽쳐스 자문,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

총리실, 국무조정실, 산업 심의관실

전문위원, UN 기후변화협약

기술이전 전문가 그룹(EGTT) 위원,

서울산업대학교 산업기술대학원

겸임교수,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서부발전 사외이사

저서 <우석훈 선대인의 누나를 위한

경제>, <F TA 한 스푼>, <1인분 인생>,

<인생기출문제집> 세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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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코리아 45호 The Big Issue Korea No.45 (2012년 10월 1일자)

THE BIG ISSUE KOREA MAGAZINE 2012. 10. 1. 10:33




ABOUT          

04 당신의 이야기

06 나의 첫 ‘타지 생활’

07 어릴 적 나에게 보내는 편지

경제학 박사 우석훈

08 김선욱의 행복 철학

09 오지혜의 Talk About

10 People 기타쿠스와 세남자

13 서울을 그림

14 사회공헌 리포트

16 Cover Story 배우 유지태

22 Special 다문화 사회를 말하다

28 Campaign

32 홈리스월드컵 이야기

45 지구별 행복 식당

46 우리 동네 빅판

선릉역 1번 출구 빅판

47 스트리트 고민 상담실

48 In The Big Issue


CULTURE ROLL          

31 Poem

34 Movie

35 On Air

36 Music

38 Book

40 Stage

41 Life

42 Travel

44 Cook &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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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빅판] 이화여대 정문 빅이슈 판매원

빅이슈판매원/우리 동네 빅판 이야기 2012. 9. 26. 14:40


희망의 천사들에게 보내는 편지

글 이화여대 정문 빅이슈 판매원 

그림 최해경(재능기부, www.mymamo.com)

출처 빅이슈 44호 


그 무덥고 강렬했던 폭염도 이제는 다 물러가고 결실의 계절 가을이네요. 들녘에 피어나는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며 빠알간~ 고추잠자리 떼가 더 넓고 맑은 가을 하늘을 자유로이 비행합니다.

지나간 여름이 너무도 힘들었지요. 비단 저 혼자만의 고통이었겠습니까? 모든 빅이슈 판매원 형제들 그 혹독한 더위를 견디고 왔지요. 모두들 수고 많았습니다. 이 풍요로운 가을에 우리 모두 작은 것에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과 알찬 결실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얼마 전 저는 아주 감동 어린 동영상 한 편을 보았습니다. 스웨덴 출신의 레나 마리아(Lena Maria)라는 장애인 가스펠 가수이자 작곡가, 수영 선수에 대한 영상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두 팔이 없고 한쪽 다리마저 짧은 그녀가 한쪽 다리로 똑바로 일어서 걷는 데는 3년이 걸렸고 혼자 옷을 입기까지는 12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의 훈련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너무나 눈물겨운 영상물이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의 저는 행복이 강물처럼 철~철~ 흘러넘치는 격이지요. 동영상은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하며 저 자신을 반성케 합니다.

비록 가난해도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모든 것을 소유한 사람입니다. 남이 보기 부러워할 정도의 여유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이 행복해 보일 듯하나 실제로는 마음이 추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려움을 아는 사람은 행복의 조건을 알지만 모든 것이 갖추어진 사람은 만족을 모를 터이니 마음이 추운 겨울일지도 모르겠네요. 행복의 조건이 하나일 수는 없습니다. 생긴 모양새가 다르면 성격도 다른 법, 가진 것이 적지만 행복을 아는 우리였으면 합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히고 잊힌다 하더라도 희망이라는 이름만은 내 가슴속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입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고스란히 남겨두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입니다.

저에게 내일은? 언제나 풀어보지 않은 선물 꾸러미 같은 존재이기에 새날을 맞이하는 기분은 그저 설렘 그 자체입니다.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봄을 맞이했지만 이제 앞으로 다가올 저의 봄은 과연 몇 번이나 올까요? 맞이한 봄보다는 남은 봄이 적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인생의 마지막 연극 무대에서 무엇인가 도전하겠다는 제 삶의 철학이지요.

저는 오늘도 이화의 뜨락에서 많은 천사들과 교통하며 그 꿈을 키워갑니다. 끝으로 언제나 변치 않고 저를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빅이슈코리아, 거리의천사들. 또한 늘 한결같이 자립이라는 희망의 목표를 향해 날마다 힘차게 일하시는 우리 빅판 형제님들 모두 감사드리며… 특히 대한민국 사학의 1번지 미래 여성 리더의 산실인 이화여자대학교의 수많은 저의 천사님들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화여대 정문 빅판, 아죠씨 올림

판매지 이화여대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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